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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27주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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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봄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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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자 [pink45] 쪽지 캡슐

2009-03-21 ㅣ No.132133

 
 
 
어제가 춘분이었죠.
햇살이 참  포근하더군요.
 
며칠동안 13층에서 꼼짝않고 있다가 어제는 아주 멀리 있는 병원에 약을 타러 갔지요.
병원 앞에 정원이 있는데 매화가 만발했더라구요.
금년에 처음으로 매화를 봤습니다.
에구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구.....  .
 
고목같은 시커먼 나무 등걸에 핀 하얀 매화가 너무 아름다웠죠.
수많은 벌들이 윙윙거리며 꽃 사이를 날아다니더군요.
노란 산수유꽃도 만개하고  목련은 방싯하게 봉오리가 져 있구요.
개나리꽃도 노랗게 피기 시작했더군요.
 
그동안 뭐하느라 이제야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앞에 있는 슈퍼에나 한번씩 들르고 꽃구경은 전혀 못했습니다.
 
예약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아있어 그 작은 산책길을 공연히 서성였지요.
작년 가을 처음 그 병원에 갔을 때,  발갛게 낙엽이 깔린 그 길이 너무 좋아 한참을 왔다갔다 했는데, 꽃을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마도 다음 달에 가면 벚꽃이 피어 있겠지요.
 
기분 좋은 게 얼굴에도 나타나나 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내 얼굴이 아주 편안해 보인다고 합니다.
사실 그동안 불안정한 혈압 때문에 몹시 불안하고 초조했던 만큼 얼굴에 그런 감정이 나타났었던듯 싶습니다.
 
40일간 체크한 혈압표를 보였더니 안정이 되어 참 다행이라고, 지난 달 검사한 간기능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하면서 그러나 걷기운동은 많이 해야 한다고 합니다.
콜레스톨이 약을 복용하는 것만큼의 효과가 없답니다.
운동이라면 질색이어서 그동안 게으름을 무지 많이 피운 결과로 별 호전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약을 몹시도 싫어해서 웬만하면 약을 먹지 않던 내가 이제 약 매니어가 되었습니다.
약 상자에는 이 약 저 약들이 즐비합니다.
혈압약이 몇 가지에 고지혈증 약에 복통 약도 있구요.
갑자기 치통이 오면 냉큼 먹으려고 준비해 둔 치과 약도 있지요.
약이 없으면 정말 불안합니다.
어이구 내 팔자야....  .
 
그래도 뭐 약으로 고칠 수 있다면 행복이죠.
약으로도 돈으로도 못 고치는 병이 얼마나 많은데요.
불치의 병으로 동생을 떠나보낸 아픔이 새삼 되살아 나는군요.
 
내가 단골로 다니는 약국의 약사님에게 "나 같은 사람 전쟁 나면 어떡하지? 약 없으면 혈압 빵 터져 죽을텐데" 그게 큰 걱정이라고 했더니
 
 
" 에그! 전쟁 나면 약 못 먹어 죽기 전에 폭탄 맞아 죽어요."
 
그러는 겁니다.
 
ㅎㅎㅎㅎ
 
 
약사님이 여자인데  나이가 비슷해서 약 지으러 갈 적마다 많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라 그런 농담도 하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제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운동하러 약수터가 있는 산에 자주 가야겠어요.
그 산에는 진달래꽃이 아주 볼만하답니다.
아마 지금쯤 피어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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