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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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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닌 고등학교의 음악실은 나무로 된 바닥에 영화관처럼 계단식으로 의자가 배열된 강의실이었습니다. 3학년 때였어요. 괴팍한 성정이 엿보이는 외모를 지닌 음악 선생님께서 피곤에 찌든 고 3생들에 대한 배려인지 오늘은 음악을 듣자고 하시며 휴대용 턴테이블에 엘피판을 올려놓으셨습니다. 학우들 대부분이 잠을 자려는지 휴식을 취하려는지 책상에 엎드렸지요. 저는 턱을 괴고 음악을 기다렸고요. 그렇게 알게 된 곡입니다. 선생님께서 Kol Nidrei는 ‘신의 날’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신의 날’이라는 음악명 때문이었을까요? /불기둥이라도 붙들고 하늘로 오르고 싶다./라고 음악책 한 귀퉁이에 적은 기억입니다. 왜 그런 글을 적었을까... 음악을 들으며 가슴 저 밑에서 무엇인가 솟아올랐나 봅니다. 형제님이 주신 글이 이 곡을 처음 대했을 때와 같은 울림을 안겨줍니다. 여러 번 읽게 되는군요.
Max Bruch - Kol Nidrei, Op. 47 1 part: adagio ma non troppo 2 part: un poco piu anim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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