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6일 (일)
(녹) 연중 제27주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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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상의 글) 아버지의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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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열 [kangsyl] 쪽지 캡슐

2009-03-17 ㅣ No.132022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영정사진을 자주보게 되네요.
이글을 쓰신 분들의 지극정성된 마음씨와 묵상의 표현들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살아 생전에 할 수만 있다면 부담이 가더라도 자식된 도리를 모두 한다해도 부모님과 이별후에는
후회스러운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넘쳐흐르는 것이지요.
우리가 여러번 읽은 글들이지만 새록새록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아 소인이 다시 옮겨봅니다.
좋은 시간되세요.^^*

** (묵상의 글) 아버지의 선물 **

요즈음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자주납니다.
그 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겠지요.
반짝 꽃샘추위가 있지만 봄은 오고있습니다.
매화꽃 봉우리에서도, 찔레나무에서도 오고있습니다.

조금 전,
문종이 잘라내고 작은 유리를 붙여서 바깥을 내다 보게 만든
유리창 사진을 보는 순간 몇 초도 안 되어 몇 십년 전 시간으로 돌아 갔습니다.
고향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고향집을 그려보았습니다.

부활은 죽어야만 올 수 있습니다.
우리 육신도 언젠가는 반납을 하고 가야 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잠시 빌려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 돈, 명예도 모두 반납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조건없이 받은 생명이기 때문에 조건 없이 반납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잠시 빌린 몸을
뜻대로 쓰다 갈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이 주어집니다.

한 번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 번은 죽을 수밖에 없고,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는 것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도 결국은 반납하고 가야 할 것들에 집착하게 되니,
아는 것을 몸으로 옮기기가 참 어렵습니다.

새벽은 새벽에 눈뜬 자만이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벽이 오리라는 것을 알아도 눈을 뜨지 않으면 여전히 깊은 밤중일 뿐입니다.
가고 오는 것의 이치를 알아도 작은 것에 연연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여전히 미망 속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서서히 빌린 몸을 반납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죽음을 어둡고 쓸쓸하고 두려운 것이 아닌
혼의 탄생으로 맞이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지요.
낡은 집을 두고 이제 새집으로 이사가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활용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나는 늘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담뱃재 떨어지듯이
폭삭 늙어서 떠나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타다 만 장작같이 미지근하게, 늘 무언가를 아쉬워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내 에너지를 모두 태우다 가야겠다는 것입니다.

몸을 쓰지 않고 모시는 것은 곧 자동차를 사서 폐기처분할 때까지
매일 닦기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의 모든 것을 헌신할 만한 삶의 목적이나 대상을
발견한 사람을 아름답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어떤 사명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태어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태어난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또 그것을 실현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한 번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으면 적어도
사흘 밤 낮을 하늘에 매달려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곧 ‘나는 무엇 때문에 이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육십년이든 백 년이든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배터리와도 같은 이 몸을
도대체 어디에 쓸 것이냐?’ 입니다.    –본문 내용 중에서 -


어머니는 영세를 받고 우리가족, 친척 등 많은 분을 하느님께 인도하셨지만,
아버지는 제가 12살 때인 장마 때 갑작스런 사고로 하느님을 모른 채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아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많이 한 적이 있습니다. 회의에 그친 회의였지만....
그리고 초등학교입학 하기 전부터 당시 동네에 처음 설치되었던
집집마다 가설해 놓은 스피커 형태의 라디오에서
5시 반쯤 방송이 시작될 때부터 아버지께서 켜놓으신 라디오에서
‘명심보감’,’채근담’ 에 나오는 구절을 성서구절을 매일 읽고 묵상하듯이
어쩔 수 없이 이불 속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이 습관화되어 그 때부터 지금까지 아침 5시만 되면 눈이 뜨입니다.
아침 새벽에 눈을 뜨고 일어나 행동을 하게 되면 새벽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활동하는 분 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위의 책 내용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저에게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맑은 머리로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새벽의 부지런한 사람들, 새벽 공기, 동이 트는 아름다움 등..

오늘 아침에 문득
한 동안 제 기억 속에서 멀어져 있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함께
저에게 주신 선물이 있었구나 하는 감사의 마음을 갖었습니다.
새벽을 매일 볼 수 있도록 해 주신 일,
그리고 일찍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하신 일 등..
아버지 감사합니다.
비록 주님을 알지 못하신 채 돌아가셨지만 이제부터는
자비로우신 주님께 아버지를 위하여 열심히 기도드리겠습니다.


아버지란

아버지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입니다.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입니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입니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장소(직장)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龍과 싸우러 나가십니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입니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입니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봅니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입니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장 좋은 선생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 미안하게 생각도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합니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나 님들이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최종적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4세때--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때--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8세때--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세때-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아.
14세때-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25세때-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
30세때-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40세때-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50세때-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었어.
60세때-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꼭 조언을 들었을 텐데…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합니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입니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웁니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갔다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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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6. 옮겨온 글 글쓴이 강수열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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