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사순절에 |
---|
13일의 금요일 비가 내린다. 메마른 대지에 비가 내린다. 지난 겨울 아무도 손대지 않은 곳을 닦는다. 여덟 가구가 사는 빌라의 계단이다. 겨우내 두텁게 쌓인 먼지를 닦으며 내려간다. 걸레를 바꾸어가며 살고 있는 3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닦는다. 내 마음도 가장 낮은 곳 가장 힘든 이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사순절 보속으로 삼는다. 아픈 허리를 추스르며 수없이 많은 죄를 보속해 주시기를 빈다.
주님 남의 허물은 바위처럼 보았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내가 지은 죄보다는 남의 죄를 크게 보았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내 아픔에 울지만 남의 아픔에는 무신경했습니다. 나의 배고픔에는 빨리 상을 차렸지만 이웃의 배고픔은 외면했습니다.
사순절의 금요일 십자가의 길에 갑니다. 주님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저도 걷습니다. 주님께서 예루살렘 여인들에게 하신 말씀을 새겨봅니다. 너와 네 자녀들을 위하여 울라고 하셨지요.
주님, 저와 제 자녀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끌어 주소서. 주님 곁에서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임을 알게 하소서. 자녀들이 가는 곳마다 축복의 손길을 펴시어 그들이 만나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게 하소서. 주님과 함께 걸어갈 때 가장 어렵고 힘든 길에서 우리를 업고 가신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돌아본 발자국 나란히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그 때가 바로 주님께서 저를 업고 가셨던 순간임을 압니다. 그토록 사랑해주셔도 시시때때로 배반하는 저를 여전히 용서하심을 뉘우쳐 감사드립니다.
주님 비 내리는 사순절 아침에 죄의 먼지로 가득한 이 마음도 씻어 주소서. 13일의 금요일 비가 내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