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6일 (일)
(녹) 연중 제27주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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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전을 허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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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철 [skanenfl] 쪽지 캡슐

2009-03-15 ㅣ No.131960

"[생활 속의 복음] 사순 제3주일 - 예루살렘 성전의 세번째 멸망 "

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오금동본당 주임)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46년이나 걸려서 세운 성전을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유다인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유다인들 삶에 있어서 성전은 대단히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요시아 왕의 종교 개혁으로 유다인들은 모든 제사를 예루살렘 성전에서만 지내게 됐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오직 그 곳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유다인들 생각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완전히 새로운 성전의 개념을 가르치고 계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은 세 차례 건축과 파괴를 되풀이했습니다. 제일 먼저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한 사람은 솔로몬 왕입니다. 솔로몬은 기원전 961년 왕권 강화와 신앙과 정치, 백성 간 일치를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했고 성전은 유다인들 영원한 신앙의 고향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러나 유다인들 구심점이었던 성전은 나라 멸망과 함께 기원전 587년 바빌로니아왕 네부카드네자르에 의해 약탈당하고 무너졌으며 이스라엘 백성은 모두 바빌론에 노예로 끌려가고 맙니다.
 두 번째 건축은 페르시아의 키루스 황제 칙령으로 유배지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에 의해 시작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기원전 515년 즈루빠벨에 의해 성전이 재건되지만 자신이 정복한 모든 곳을 헬레니즘으로 통합하려는 알렉산더 대왕 정책으로 성전은 이교도들 손에 무참히 모독을 당하게 되고 상당 부분 파괴됩니다. 그리스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 신전을 세우고 돼지로 제사를 지내며 유다인들 종교를 뿌리 뽑으려했습니다.

 그 후 기원전 64년에 로마 폼페이우스가 예루살렘을 침공하면서 성전이 파괴되지만 헤로데왕이 유다인들 환심을 사려 세 번째로 그리스ㆍ로마 양식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축하기 시작해 기원 후 63년에 완성됩니다. 하지만 70년께 로마에 의해 또 다시 폐허가 되고 맙니다.
 이렇게 세 번에 걸쳐 세워졌던 예루살렘 성전은 모든 것이 파괴됐고 지금은 간신히 남은 성전 한 벽면이 '통곡의 벽'이 되어 흔적만을 남기고 있을 뿐입니다. 옛날 성전 자리에는 아랍인들 모슬렘 사원이 들어서 있고 유다인들의 간절한 바람은 그 곳에 다시 예루살렘 성전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렇게 유다인들 신앙의 고향인 예루살렘 성전은 예수님 말씀대로 형상도 없이 파괴됐습니다. 예수님께서 가혹하리만치 성전 파괴를 말씀하신 이유는 지나치게 건물에만 얽매여 사람으로 오신 메시아 예수님을 끝까지 배척하는 유다인들에게 성전의 참 의미를 가르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
 이 분, 바로 예수님이 사흘 안에 세우시겠다고 약속하신 신약의 성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단 한 번 십자가상 제사를 통해 짐승을 잡아 바치는 구약 제사를 완성하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신자들은 동물 대신 미사 때 예수님 몸인 성체를 축성하는 제사를 지내게 됐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신 예수님 몸을 모시고 예수님과 한 몸이 됩니다. 영성체를 통해 예수님 몸을 받아 모시는 신자들 역시 성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1코린 6,19)라며 신자들 몸을 성전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을 '성도(聖徒)', 즉 거룩한 무리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느님을 모시는 이들 안에 계시고 성령이 머무르시는 신자들 몸이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이 탐욕과 미움, 죄에 물들어 있다면 주님께서 오늘 뜨거운 열정으로 성전을 정화하셨듯이 우리도 회개를 통해 깨끗이 정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도들 무리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성전 정화의 의미이고 깨어서 사순시기를 사는 구체적 방법인 것입니다.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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