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게시판

가톨릭 신자로서 노조원 분들에게

스크랩 인쇄

서천석 [csseo] 쪽지 캡슐

2002-11-09 ㅣ No.43241

 

가톨릭 신자로서 노조원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부탁이 있습니다.

 

답답한 처지시겠지만 제가 정말 화난 것은

병원에 경찰이 들어가서 진압할 때 성당에서 하셨던 일입니다.

 

일단 신자라면 그런 일은 하시면 안됩니다.

십계명에 보면 ’하느님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말라’는 계명이 있지요.

 

노조원 분들이 성당에서 하신 일은

진압이라는 상대의 행위를 막기 위해 하느님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성당에 있으면 안 잡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겠지요.

나쁘게 보자면 이런 모습을 남겨서 홍보수단으로 사용하자는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그것을 줄기차게 여기저기에서 틀어주고 사진을 보여주고 한 것을 보면

분명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하느님을 나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일이지요.

하느님을 위한 내가 아닌, 나를 위한 하느님만 생각하는 거지요.

내 마음을 지켜달라고, 내 마음의 평화와 힘을 달라고 기도하셔야지

현실적인 공간으로, 물건으로 하느님을 여긴 것이지요. 물신화이지요.

어떤 곳에 있어도 주님은 있습니다. 당신들의 마음 속에요.

 

가만히 로비에서 무릎꿇고 주님께 기도하며 잡혀가는 것이

신앙인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신자가 아닌 분이 그런 일을 했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지만

신앙인이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물론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성당에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이

좋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을 모독한 일이지만 그들은 계명을 모르므로

죄는 아닐 것입니다.

 

어쨌든 이 문제는 사과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또 이것을 광고하고 선전하는 것은 그만두셨으면 합니다.

신앙인들에게 그런 모습은 노조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뿐이고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톨릭에 대한 거부감만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추운데 고생하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고생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들이 잘은 해결되지 않을 듯 싶어

안타깝군요. 첫단추가 잘못 꿰어졌나 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당장 눈 앞을 보면 답답하더라도

긴 시간을 두고 보면 물길이 자기 길을 찾듯 제대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내가 잘못인지, 상대가 잘못인지 지금은 불분명하지만

시간은 그것을 알려주지요.

 

기운을 내시고 스스로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늘 불어넣으시기 바랍니다.

모두 하느님의 아들 딸이십니다.



595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