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비오는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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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tjfgnl8801] 쪽지 캡슐

2007-07-11 ㅣ No.28982

 
 
 
 
 
 
       
 
     
 
    
 
 
 
 
 

 

 

비 오는 날의 일기

 

1

비오는 날은

촛불을 밝히고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습관적으로 내리면서도

습관적인 것을 거부하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그대에게

내가 처음으로 쓰고 싶던

사랑의 말도

부드럽고 영롱한 빗방울로

내 가슴에 다시 파문을 일으키네


2

빨랫줄에 매달린

작은 빗방울 하나

사라지며 내게 속삭이네


혼자만의 기쁨

혼자만의 아픔은

소리로 표현하는 순간부터

상처를 받게 된다고

늘 잠잠히 있는 것이 제일 좋으니

건성으로 듣지 말고 명심하라고

떠나면서 일러주네


3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4

집도

몸도

마음도

물에 젖어

무겁다


무거울수록

힘든 삶


죽어서도

젖고 싶진 않다고

나의 뼈는

처음으로 외친다


함께 있을 땐

무심히 보아 넘긴

한 줄기 햇볕을

이토록 어여쁜 그리움으로

노래하게 될 줄이야


내 몸과 마음을

퉁퉁 붓게 한 물기를 빼고

어서 가벼워지고 싶다

뽀송뽀송 빛나는 마른 노래를

해 아래 부르고 싶다

<이해인 수녀님>



등불 / 4월과 5월 비 오는 저녁 홀로 일어나 창 밖을 보니 구름 사이로 푸른 빛을 보이는 내 하나밖에 없는 등불을 외로운 나의 벗을 삼으니 축복받게 하소서 희망의 빛을 항상 볼 수 있도록 내게 행운을 내리소서 넓고 외로운 세상에서 길고 어둔 여행 길 너와 나누리 하나의 꽃을 만나기 위해 긴긴 밤들을 보람되도록 우리 두 사람은 저 험한 세상 등불이 되리 넓고 외로운 세상에서 길고 어둔 여행 길 너와 나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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