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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9] 동시에 두가지 일 해내는 놀라운 집중력-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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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훈 [saint72] 쪽지 캡슐

1999-08-29 ㅣ No.380

 

[19] 동시에 두가지 일 해내는 놀라운 집중력-요한 바오로 2세

 

■ 동시에 두 가지 일 해내는 놀라운 집중력

 

오늘날 폴란드의 저명한 저술가의 한 사람인 말린스티 신부는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특성으로서 다섯가지 점을 들고 있다. 말린스키 신부는 현교황과

같이 신학교에 들어간 것을 전후해 38년간이나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무엇보다도 먼저 기도하는 사람이다. 특히 감실 앞에 꿇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일 정한 시간을 기도에 바친다. 그는 아침 일찍

성당에 들어가 미사준비를 하고 다음 경건하고 주의 깊게 미사를 지낸다. 미사

후에도 오랫동안 성당에 남아 감사 기도를 바친다. 그는 그의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든 적든 개의치 않는다. 그는 오후에도 몇 시간을 성당에서 지낸다.

그를 쉽게 찾으려면 성당에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성당에서 불러낼 수는 없다. 그는 기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기 위해 성당을 찾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에 있어서 성당은 창조의 장소이다. 여기서 그는 사색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힘을 얻는다. 여기서 그는 기도하고 묵상하고 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의 장궤를 의자 옆에는 반드시 조그마한 책상이 있다. 그는 여기서 아니

성체와 성모님 앞에서 연설과 강론을 준비한다.

 

둘째로 요한 바오로 2세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그는 믿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위해 위해 모든 상황과 기회를 이용한다.

그는 한가지 일을 마치지 못했을 때 비록 대화중일지라도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그 일을 마치고야 만다.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읽거나 쓰곤하는 버릇이

있어서 때로는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 다 기억한다. 그는 젊어서 연극을 할 때에도 한 동작을 한 뒤 재빨리

다른 연기자가 잘해내지 못한 역을 즉흥적으로 해냈다고 한다.

 

그는 자동차 안에서도 일한다. 그가 운전을 하지 않은 것도 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란다. 그가 공의회에 참석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한 번은 주말에

틈을 내서 동료 주교들과 같이 시칠리아로 관광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모두들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내다보고 있는데 보이티야 주교만은 내내 책만 읽고

있었다. "도대체 우리 여행이 관광이요? 아니면 독서요?" 이렇게 불평들을 했다.

그러나 보이티야 주교는 딱딱한 철학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곁눈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다 보고 있었다.

 

요한 바오로 1세는 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보이티야 추기경에게 "나는 지난번

공의회 때 당신 가까이 앉아 있었는데 당신은 늘 무엇인가 쓰고 있더군요"라고

말했다. 사실 그러했다. 그러나 그는 공의회의 연설을 메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출판할 책의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공의회

일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한대로 그는 ’현대세계의 사목헌장’ 등을

작성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크라코프’의 대주교로 있을 때 보좌주교가 네 명이나 있었으므로 그들을 대신

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능한 한 모든 모임에 직접 참석했다.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글을 쓰고 편지 회답을 쓰고 밀린 문서에 서명했다.

그러면서도 회의가 끝나면 요약도 잘하고 구체적인 결론도 훌륭하게 내리는

것이었다.

 

이상의 이야기로 우리는 현 교황이 휴식을 취할줄 모르는 사람으로 오해할지

모르나 결코 그렇지가 않다. 그는 휴식을 적극적으로 취하는 사람이다. 그는

겨울이면 적어도 2주간 스키를 즐긴다. 스키장의 산책이 아니라 아주 어려운

코스를 달리는 것이다. 또 여름에는 한달 동안 휴가를 즐기는데 보통 2주간은

카누 놀이를 하고 나머지 2주간은 등산을 한다. 이렇게 그가 휴식을 집중적으로

취하게 된 것은 그가 젊었을 때 얻은 병의 예방책으로 그의 주치의가 휴식을

강력히 권장한 때문이라고 한다.

 

셋째로 요한 바오로 2세는 가난한 사람이다. 그의 재산이라곤 약간의 책 뿐이다.

그것도 수집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일에 필요해서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이

사만한 후 교황선거를 위해 로마로 떠나기 직전 그의 운전사가 한 말이다. 닳아

해진 수단, 낡은 모자, 헐어빠진 외투를 걸친 추기경의 모습을 보고 운전사는

"우리 자신이 추기경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하고 불평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외관에 무관심하다는 것과는

좀 다르다. 즉 외모에 무관심하기 보다는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봉사하는 일에

너무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봉사에 있어서 외모

같은 일로 방해 받기 싫다는 뜻이다.

 

그는 의복이나 음식을 중요시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전 성직자 생활을 통해서

지위가 높아진 후에까지도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개념은 도무지 갖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늘 주고 있다. 그는 다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넷째로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목이란 사명감에 심취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는

보좌주교에서 대주교, 추기경이 된 이후에도 그의 보좌주교 본당 신부,

보좌신부를 통해 사목을 관장하려 하지 않고 직접 사목에 종사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는 혼인과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세례를 주고 가족을 방문하고 특히

영명축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큰 축일이 되면 아픈 가족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 그들을 초대하기도 하였다.

 

끝으로 요한 바오로 2세는 대화하는 사람이다. 그는 접촉을 좋아한다. 그에게는

대화보다 중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는 말을

하기 보다는 듣기를 좋아한다. 한 번은 앉아서 듣고만 있는 보이티야 추기경에게

한 기자가 "왜 추기경은 아무 말도 안 하느냐"고 물으니 그는 "나는 듣는 교회를

대표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숙고한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대화의 자세는 곧 타인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간 교황청과 완전히 대화가 끊겼던 완고한

보수주의자 르페브르 주교와도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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