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1일 (화)
(홍)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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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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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0-10-31 ㅣ No.1999

 

 기도회 모임에 참석하고 나오는 길 이었습니다. Y 수녀님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제게 다가와 "요한씨, 귀한 선물을 준다면 받으실래요?" 하시고는 내 얼굴을 바라보셨읍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퍽이나 당황스러웠지만, "귀한 선물이라구요. 뭔지는 모르지만 주신다면 감사히 받아야죠." 라고 대답 하였지요. 호기심과 궁금증은 이내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수녀님과의 이 짧은 대화가 성직자와 수도자들 그리고 많은 교우분들의 기도와 봉사속에 꾸르실료 피정에 참가하는 행운을 안겨준 주님의 귀한 선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주님의 자녀가 된지 스무해가 넘었읍니다.  그동안 그래도 신자랍시고 주일미사에 꼬박꼬박 참석해 왔고, 교무금과 헌금도 정한데로 받쳤으며, 고해성사도 한 해에 몇차례씩 보아왔고. 성서공부와 기도생활도 나름대로 해왔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자부했던 저였지요. 다른 형제 자매님들도 모두 다 그렇게 하고 계시는 신앙생활인데 말입니다.

 

  나흘간의  피정기간 중 나는 신앙의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었고, 겹겹이 싸인 위선과 허식의 옷자락을 하나씩 벗어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저지른 잘못들을 하나씩 통회하다 보니 저의 삶의 여정은 온통 유혹에 걸려 넘어진 상처 투성이였습니다.  그래도 기도할 때면 늘 "주님, 주님,"하고 그 분의 이름을 불러왔던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니, 주님 께서는, "나는 너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실 것만 같았습니다.

 

  어느 해인가, 주의공현대축일 새벽에 참으로 기이한 일도 있었습니다.  누군가 귓전에서,"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하고 세 번씩이나 불러 잠자리에서 서둘러 깨어났을때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4시 40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참 이상한 일이다."하고 지나처 버렸지요.  이제 와서 조용히 되새겨 보니 주님의 부르심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예, 주님, 제가 여기 있나이다." 라고 응답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후회스러웠습니다.  이제사 순종하는 아이되어 주님 음성에 귀 기울이려 하다니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요.

 

  피정기간중 가까이 계신 주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선물을 받고보니, 미사 중 성체성사의 신비를, 성체조배 시에 주님과의 만남을, 성서말씀에 새로운 생기를 체험하는 은총을 주시는 것 같아 저는 그저 감사 할 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제 자신보다 이웃이, 이웃보다 주님이 더 드러나길 바라며, 저의 교만을 없에려 노력하렵니다.  겉치례하지 아니하고, 남이 알아주지 아니하여도 기뻐하렵니다.  주님이 부를때면 "예, 주님!" 하고 응답하는 예스 맨(yes man)이 되어 그 분의 길을 따르는 삶을 살겠다고 조용히 다짐해 봅니다. 이 것이 주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 합니다.  

 

  주님 허락하여 주십시요.  아멘.

  

  JT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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