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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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제 - K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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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숙 [theresia61] 쪽지 캡슐

2001-10-07 ㅣ No.24945

  삼십년된 낡은 성당이 있습니다.

자식을 많이 낳아 늙은 어머니의 모습처럼 여러 곳의 성당을 귀하게 낳아 분가시킨 성당,그래서 늙고 병들은 성당에 한 사제가 오셨습니다.

그 때는 그분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제인지 우리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 분에게서는 하느님의 향기가 났습니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 예수님 앞에 하소연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마땅히 무릎 꿇고 기도할 곳도 없는 사연이 안타까워 성당 뒤쪽 작은 공간에 초라하지만 아주 예쁜 성체 조배실을 마련하시고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 보시고 어린아이처럼 웃으시며 좋아하시던 분이셨습니다.

  하느님 말씀에 목말라 있던 우리에게 성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어 다니시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시고 타 본당에서 온 봉사자들에게 자장면을 사주시며 가난한 성당이라 제대로 대접 못하심을 미안해 하시고 고마워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재정이 열악해 이곳 저곳 빚 투성이인 본당에 오셔서 가난한 신자들을 염려해 돈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하시고 스스로 절약하는 방법을 택하시어 수시로 오르락 내리락 하시며 전기 스위치 끄고 다니시고 빈방에 켜져 있는 선풍기, 온풍기 또 제대로 잠궈지지 않은 수도를 끄고 잠그고 다니시던 분이셨습니다.

  바르지 못한 자세로 미사 참례를 하는 우리들에게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야단을 치시고 어린아이 처럼 손을 모으는 자세부터 성체를 영하는 자세까지 상세히 일러 주시고 손수 모범을 보이셨던 분이셨습니다.

  성당 부속 양로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는데 밤낮으로 다니시며 연도객이 없다고 마음 아퍼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우리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셔서 계시는 오년동안 한번도 영명축일 행사를 하지 못하게 하시고 미역국도 못 얻어 드신 분이셨습니다.

  예비 신자들에게는 더없이 자상한 아버지셨고 하느님 앞에 무례한 이들에게는 더없이 엄하고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아직도 그분이 아름다운 사제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이제 그만 쓰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이러한 칭찬을 부끄러워하실 하느님 앞에 겸손한 사제이시니까요.

 

오실 때는 아무도 맞아주는 이 없이 쓸쓸히 혼자 오셨지만 가실 때는 성당을 가득히 메운 신자들의 눈물 속에 가셨습니다.손을 잡고 놓아 주지 않는 할머니를 안타깝게 떼어 놓으시고 그렇게 가셨습니다.

 

우리들은 그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분이 가르쳐 주신 하느님 사랑을 간직하고 열심히 하느님 사랑하며 그 분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그분이 멋진 노사제가 되실 것을 믿으며...

 

     우리모두는 아름다운 사제

   

     K 신부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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