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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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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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4-05-02 ㅣ No.66643

 

 2년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아직까지는 건강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조금 걱정은 됩니다. 이번에도 건강검진을 받고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눈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눈만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저도 눈이 나빠지는 나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조만간 돋보기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귀도 경미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체중도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눈도 나빠지고 귀도 나빠지고 몸의 이곳저곳이 예전과는 달리 기능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나빠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겸손함과 가난함, 불명예를 택한다면 몸의 기능은 나빠지지만 삶은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면서도 교만과 부귀, 명예를 추구한다면 사람은 이제 점점 추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년의 삶을 시작하면서 나는 겸손함과 가난 그리고 불명예를 선택하고 받아들이는지 돌아봅니다.

 

 최근에 사회 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소중한 삶을 포기하고 자살하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능력이 뛰어났고, 재능과 학식이 뛰어났고 존경받는 직책에 있었는데 목숨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그분들은 ‘상실감’을 극복하기가 어렵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도덕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았고, 자신의 삶에 충실했는데 도덕적 인정과 사회적 존경과 충실한 삶이 무너질 수 도 있다는 상실감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부가 헤어지는 이유로 가장 많은 것이 ‘성격차이’라고 합니다. 연애할 때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이해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하나가 되고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1-2년이 지나지 않아 서로의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고 합니다.

 

 이런 성격차이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잘 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소변기에 제대로 볼일을 못 보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씻지도 않고 잠자리에 드는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주일날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TV만 보는 남편은 누구랑 결혼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부은 얼굴로 헝클어진 머리모양으로 아무 옷이나 걸쳐 입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씀씀이가 헤픈 아내가 멀쩡한 물건을 내다 버리고 새 물건을 할부로 갖다 놓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서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이야길 듣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적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나 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배반을 당하셨고, 참을 수 없는 능욕을 받으셨고, 매를 맞고 십자가를 지는 고통을 받았습니다. 남은 것이라고는 매 맞고 터진 상처투성이의 몸 뿐이셨습니다. 하느님께 울부짖고, 이 잔을 치워달라고 청하셨지만 그래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시면서 고난의 여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며칠 전에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없는 형제님의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분은 그런 장애의 몸인데도 늘 표정이 밝았다고 합니다. ‘힘든 적도 있으시죠!’라고 물으니 ‘왜 힘든 적이 없었겠습니까!’라고 하면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고 합니다. 형제님은 한쪽 손으로 도장 파는 기술을 배워서 어렵지만 기쁘게 살았고 결혼도 하였습니다. 예쁜 딸도 얻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본인의 삶이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옆집에 소경 할아버지와 딸이 있었는데 딸이 아침에 밥을 차려드리고 일을 나갔다고 합니다. 어느 날  옆집을 방문했는데 할아버지가 눈이 보이질 않으니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때부터 형제님과 자매님은 할아버지를 위해서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소경 할아버지를 위해서 매일 식사 준비를 해 주셨습니다.  따뜻한 국과 정성을 다해 반찬을 마련해서 할아버지의 식사를 도와  주었습니다.  이사를 가려는데 옆집에 사시는 소경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어서 이사를 갈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의논을 했는데 모두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자고 결정을 했습니다. 좀더 돈을 모아서 방이 3개짜리인 집을 마련했고 소경 할아버지를 모시고 이사를 하셨습니다. 운전을 배워서 소경할아버지를 성당에 모시고 나갔습니다.   성서를 볼 수 없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성서를 읽어드렸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님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라 온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그 형제님은 바로 주님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는 착한 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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