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꽃동네

스크랩 인쇄

김민정 [SAgathaVM] 쪽지 캡슐

2001-08-20 ㅣ No.4422

어제 오후에 도착해서 오늘 오후까지.. 딱 24시간을 가평 꽃동네에

 

봉사피정을 다녀왔다.

 

우리는 봉사를 하러 간다고 하였지만..

 

사실상 우리가 꽃동네 가족들에게 주고온 사랑보다 받고 배워온 사랑이 더 많으리라..

 

 

노부부가 폐지를 모아 번돈 900만원으로 지은 어떤 건물,

 

또 어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모아두었던 돈 100만원으로 장애인을 위한

 

건물을 지어달라는 유언을 남겨서 생겨난 건물..

 

모두 이렇게 작은 몸부림의 사랑으로 시작된 복지 사업이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고 그 사랑은 천곱 만곱이 되어서 이 꽃동네가 생겨났다.

 

모두가 그들의 사랑과 하느님의 손길이 없었다면 일구어내지 못하리라 생각될 만큼..

 

경이로운 곳이었다.

 

 

처음으로 보는 중환자실.. 여기는.. 거의 병의 치료란 없고 임종을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럽게 기다린다고 해야 더 맞는 이야기 일 것 같다.

 

삶의 희망을 무엇에서 찾는지를 알지 못할 그들의 눈빛..

 

 

그리고.. 봉사자들이 더 혹독하게 일해야 했던 병원..

 

그리고.. 우리들이 봉사할 수 없덨던 정신지체 장애자들이 살아가고 있는 환희의 집..

 

 

도착하자 마자.. 그 날의 일과 마쳐야 해서 무작정 작업장에 뛰어들었다.

 

나와 레지오 단원 둘 이렇게 세명이 받은 소임은..

 

1달, 2달된 신생아실과, 1돐(’돌’로 바뀌었다고 하데..?)에서 2돐이 조금 못된..

 

영아실..

 

 

육신과 영혼의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지 않고 "그 아이들이 아직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해 맑은 웃음을 보고 일했다는 점에서 우린 다른 봉사자들 보다

 

더 편히 일한 것 같고.. 또, 일도 그리 혹독하지 않았다.

 

 

갓난 아이가 있는 가정 주부가 해야할 일을 했다.

 

아이들의 깨끗한 환경을 위해서 청소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달래고, 기저귀 갈아주고..

 

단지 돌볼 아이들의 수가 많았을 뿐이다.

 

 

아이들 하나 하나.. 너무 사랑스러웠지만,

 

부모의 사랑을 한껏 받아 보호받고 응석부리며 성장할 시기에..

 

이틀 삼일 간격으로 바뀌는 봉사자 손을 타야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엄마..’ 라는 옹아리를 할때는.. 눈물이 날꺼 같았다.

 

 

그 곳에는 자신이 어머니라고 하는 꽃동네 있을 동안의 영구(?) 봉사자 어머니뻘

 

자매님들이 둘 정도 있었는데..

 

그 분들은.. 정말 자기 자식처럼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아이들을 돌보고 계셨다.

 

 

영아실에는... 은지, 정후, 가을이, 진수, 진실이, 진웅이..

 

신생아 실에는... 대건이, 대철이, 효임이, 효주, 희진이, 희수 이렇게 6명..

 

 

신생아실 아이들은 태어난지 길어야  2달이 조금 못된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손가락 하나 가눌 수 없는 아이들이고, 그래서 어른의 손길이 없으면,

 

당연히 욕구(식욕, 배변욕, 수면욕, skinship..)들을 채울 수 없어, 한팔엔 한

 

아이를 안고, 한쪽 다리로는 서있고, 다른 한쪽 다리로는 흔들 침대를 흔들고, 다른

 

한팔로는 젖병을 대주고 있어야 될 상황이었다.

 

그나마 한 아이가 변을 봐서 기저귀라도 갈아줄라 치면..

 

그 시간동안 다른 아이들이 보채다가 한명 두명.. 울기 시작하면 신생아실은

 

금새 아수라 장이 되고만다.. ㅜ.ㅜ

 

 

나는 조카도 있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난생 처음 엄마노릇을 했고,

 

어설픈 손동작으로 아이들을 안고 달래고.. 말못하는 아이들의 바램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가 바라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주려고 하는.. 이것이.. 사랑이겠지..

 

 

힘들어도 짜증스럽지 않다..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안아주기를 바라지 않아요.

 

봉사자들이 없을때엔 우리들이 이 아이들을 다 달래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그냥 달래주고 울지 않게만 해주세요.."

 

그 곳에서 2년 가량 돌보아 주는 그 봉사자분 두분은 많은 아이들을 모두

 

돌봐야 하기때문에 ’흔들 침대에 엎어서 재우는 것이..’ 상책일 수 밖에 없다..

 

더 안아주고 더 받아주고.. 아무리 사랑을 주어도,

 

아무리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도 부족하지 않을 나이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문득.. 효주의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왜 효주가 버려졌을까..

 

진실이의 엄마는.. 누구 일까.. 왜 진실이가 버려졌을까....

 

이 아이들이 조금더 자라면 어디로 가게될까..

 

이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원망하지나 않을까.. 세상을 원망하지 않을까..

 

이삼일씩 다녀가는 봉사자의 손으로 크는 것도 너무 속상하고..

 

그냥.. 둘셋이라도 데려다가 자식처럼 키우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빛나는 보석같은 존재인지를..

 

더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질문이 실례가 될까.. 묻지 못하고 있던 것을 끝무렵에 여쭈어 보았다.

 

"아이들... 더 자라서 여기서 나가게 되면... 어디로 가나요?"

 

"아.. 보통 두돐되기 전에 입양 되어서 나가요.. 운이 안좋아서 간혹 한명정도 입양이

 

안되면 음성에 있는 꽃동네로 가게 되지요.."

 

"입양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인가요?"

 

"네.. 다 한국 사람들이세요.."

 

"후.. 다행이다.."

 

 

그래도 꽃동네에 있는 아이들은 다행이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 입양을 하게되면,

 

외국부모님을 만나는 것이 태반이고,

 

또, 고아원으로 가지 않아서.... 정말.. 정말.. 다행이다..

 

 

마치기 1시간전..

 

잠들어 있는 아이들 이마에 손을 대고... 한 아이 한 아이씩..

 

하느님께서 은총주시기를 기도했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지 않고.. 하느님을 알고 세상것의 부족함에

 

비관하지 않고.. 그 누구보다 더 밝고 행복하게.. 살게 도와달라고..

 

육친이 없는 대신.. 하느님께서 아이들이 죽는날까지 보호해달라고..

 

 

마치기 1분전..

 

아이들 이마에 입을 맞췄다.. 마음속으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나가고.. 근처 군부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께 임무를 인수하고 뒤를 돌았다.

 

아이 한명한명.. 사진이라도 찍어 두고 싶은 마음.. 아니.. 이름이라도 잊지 않고..

 

죽는 날까지.. 기도로 도와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도우러 갔다가..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감사하며 살아

 

가는 것을 배우는 이유를..

 

구지 말로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으리라.

 

 

그들의 상처를 보고 우리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의 고통을 보면서 우리의 고통 까짓것.. 아무것도 아니라고..

 

오히려 감사할 수 있고..

 

또..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사랑받는 것을 배우고..

 

나에게 기대오고 의지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 곳에서 일하시는 수녀님들을 보고..

 

정말.. 이 만큼 혹독하게 일하는 수도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또 이 만큼 큰 사랑을 실천하는 수도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같이 했다.

 

 

어려운 이를 돕는 것 마저 내가 힘든일이라면 자꾸 피하려고 하는 내 속내..

 

이런 마음이 들때 마다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한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운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자꾸.. 나태해지려 하고.. 편안함 속에 안주하고 싶은 내 마음을..

 

다시 다잡아 본다.

 

 

- 성인께서 ’애덕의 딸’회 첫 수녀를 일터에 내보내면서 이르신 말씀 -

 

 

"요안나, 이제 알게 되겠지만

 

애덕이란 무거운 짐이란다.

 

국남비나 가득 찬 빵바구니보다

 

더 무거운 거지...

 

그래도 친절과 미소는 늘 지켜야 해.

 

 

국하고 빵을 나누어 주는게 다가 아니야.

 

그거야 부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

 

 

너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여종이야.

 

언제나 미소짓고 좋은 마음으로 지내는

 

’애덕의 딸’임을 잊어서는 안 되.

 

네 주인은 가난한 이들이야.

 

그이들이 무척 과민하고 까다로운

 

주인들이라는 걸 곧 알게 될거야.

 

그이들 몰골이 추하고 더러울수록

 

부당하고 상스럽게 굴수록

 

너는 그만큼 더 그들에게 사랑을 주어야 해.

 

 

네가 주는 빵을 가난한 이들이 용서하는 것은

 

네 사랑을 보아서,

 

오직 네 사랑을 보아서 뿐이야."

 

 

       -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1581-1660]

 



75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