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렇게 자기 양들을 모두 밖으로 이끌어 낸 다음,
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요한복음은 한 장 전체가 한 주제를 다루곤 합니다.
그래서 지난주 6장에서는 빵을 주제로 생명의 빵이 주제였고,
이번 주는 10장으로서 목자와 양들의 관계가 주제입니다.
오늘 복음은 먼저 목자는 어떤 존재인지 얘기합니다.
목자는 한편으로는 양들을 우리 안에서 안전하게 지켜주는 존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밖으로 불러내어 풀을 뜯어 먹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리하여 목자가 있는 한 양들은 안전하고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목자는 양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는 존재입니다.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목자는 양들이 다른 이의 양이 아닌 자기 양이 되게 하고,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목자는 양을 떼로 대하지 않고 하나하나 소중히 대합니다.
다들 나가 알아서 풀을 뜯어 먹어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데리고 나가서 풀을 잘 뜯어 먹는지 살피며 먹게 하는 것이고,
한 사람 한 사람 그의 인격과 고유성을 존중하며 소중히 대하는 겁니다.
이런 목자의 사랑을 받는 양들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목자의 그 양이라면 자기 목자를 몰라보고 다른 목자를 따르지 않고,
자기 목자의 목소리를 정확히 알아듣고서 자기 목자를 따라갈 것입니다.
목자의 익숙한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그래서 낯선 목소리와 분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랑 불감증의 양일 것입니다.
목자는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데
양은 목자가 자기를 부르는지 모르는 것이고,
이렇게 해서 목자의 사랑은 망실되는 겁니다.
여기서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나 이 시를 소개하며 끝을 맺겠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