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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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대 여성 트랜스젠더입니다. 어떻게 해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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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ㅣ No.10889

제 인생의 결단이 달린 문제,

 

20년이 넘게 해오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생물학적 성별(남성)과 정신적 성별(여성)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누군가의 강요도 없었고,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니라고 저는 확언합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여자였습니다.

 

신체적 성별이 무엇인지, 성 정체성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시절부터

 

저는 여자아이였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바비인형을 옷입히고 꾸미면서 동경했었습니다.

 

남자아이들과 로봇 싸움같은 것도 했었지만, 물론 멋진 남성 로봇 전사에 대한 호감에서였습니다.

 

유치원 시절엔 남녀 원아들을 줄세울 때, 여자아이들 줄에 가서 섰습니다.

 

물론 거부당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기에 이유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초등학교 시절에서야 알았습니다.

 

남자아이로 출석이 불릴 때, 나는 여잔데 왜 남자아이 출석으로 불리는지 물어봤습니다.

 

선생님이 의아해 하더군요. 넌 당연히 남자아이잖니? 하시면서요.

 

그제서야 성 구분에 대한 개념이 생기더군요.

 

음경은 남성. 음문은 여성.

 

신체에 대한 개념이 생기면서부터 괴리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남성신체의 여성을 굉장히 혐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리수 씨가 공교롭게도 딱 그 쯤에 미디어에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모님이 그녀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지옥에 떨어질 나쁜 죄악이라고 하더군요.

 

또한 성당에서도 본질적 무질서이며 하느님의 섭리를 거스르는 죄악이라고 가르친다는 것 또한 알았습니다.

 

나는 아무 짓도 안했지만 어쨌든 죄깊은 사람이었던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자기혐오가 생기더라고요.

 

부모님한테는 그때부터 제 비밀을 숨겨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느님께 벌 받을 죄악이기 때문에, 징벌받지 않기 위해서는 절대 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하다 보면, 좋으신 하느님이 다 들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그 땐 희망적이었죠. 제 신앙이 참 깊었습니다.

 

하지만 2차성징이 시작되고, 외모는 더욱 더 남성적으로 발달해 가기에 자괴감과 자기혐오가 커져갔습니다.

 

게다가 또래나이들이 성에 대한 의식이 생기기 시작하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저는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저 새끼 게이래. 여자래.

 

친구도 없었고, 벌레같이 취급 당했습니다.

 

집 안에서는, 독실한 부모님께선 제가 훌륭한 신부님이 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중고교시절 내내 저 혼자만의 처참한 생활이었습니다.

 

밖에서는 온갖 멸시와 조롱을 감내했고, 집에 가서는 완벽하게 멀쩡한 척 했습니다..

 

저 혼자의 죄악으로 벌받는 걸 부모님까지 고통받게 해선 안된다는 믿음에서였고,

 

독실하고 신심 깊은 부모님의 아들의 사제봉헌을 좌절시키는 것도 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성서 레위기에도 쓰여있고, 하느님의 가르침에도 그렇듯

 

이는 모두 저의 죄악 때문인 것이기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하느님의 섭리대로, 제가 기도하는 대로 모두 다 고쳐질 미래를 기다려야만

 

징벌을 면하고 용서받아서 지옥에 가지 않는다 라고 믿었으니까요.

 

제가 스스로 뭘 잘못했는지는 중요하지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유불문 하느님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줄 알아야 한다는게 제 믿음이었으니까요.

 

갈수록 2차성징은 강해져 가고, 저는 가면 갈수록 성인 남성이 되어 갔습니다.

 

거울 속과 사람들 눈에 비치는 저는 더 이상 여성이 아니었습니다.

 

여자아이로서의 대우와 인권도 누릴 수 없었습니다.

 

각지고 수염난 얼굴에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것은 혐오당할 행동이었습니다.

 

겉은 남자아이이기에 짧게 머리를 깎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바지를 입어야 했습니다.

 

좋아하는 남자 이야기를 해서도 안됐습니다.

 

죽고 싶었죠. 어떻게든 이 상황을 멈춰 달라고 하느님께 더욱 미친 것처럼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제 희생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물거품이라는 걸 나날이 깨달아 가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사악하기 때문에 언제나 하느님 앞에서 선량한 어린 양일 수 없다는 사실인 걸까,

 

중고등 시절이 끝나고서야 제 가치관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창조섭리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싫어도 그 꼴로 살면서 그 고통을 봉헌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죠?

하지만 그 가르침대로 살아온 제가 얻은 건

 

친구 한 명 없고, 위로받지 못하고, 항상 놀림감이고, 그 때문에 이상한 피해의식과 눈에 띄는 특이행동, 대인기피증, 중증의 우울증, 그리고 각지고 수염난 얼굴과 넓은 어깨.

 

게다가 이제는 벌써 군대 징병될 시기까지 다가왔습니다.

 

또 역시나 남자로 살길 바라는 부모님 때문에 징병검사 때 성정체성 문제는 숨겼습니다.

 

그 때문에 분명히 관심사병으로 낙인찍히기 뻔한 지옥 소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운명이 두렵습니다.

 

대학교에서는 숨기려고 해도 드러나는 제 행동거지 때문에 학과 사람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대학교에서도 전 친구 한 명 없이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뒤늦게라도 모든 걸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 1년전 쯤 부모님께 커밍아웃까지 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뭐라도 도와주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해 주시더라고요. ^^

 

제 삶의 은인들이세요. ^^

 

저는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 듣자고 고백한 게 아닌데 말입니다.

 

수술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이 아니라고, 힘들어도 참고 이대로 남자로 살아가라고.

 

부모님 우울한 거 꼴보기 싫어서 다시 명랑한 척 하는데, 이젠 진짜로 제가 괜찮아졌고 앞으로도 남자로서의 삶을 봉헌하면서 살기로 결정한 거라고 생각하시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신같이 쓸모없는 믿음 때문에 2차성징마저 제대로 바로잡지 못해서

다시는 자연스러운 여성이 될 기회조차 놓쳤다는 사실.

 

인류를 구원했다는 신앙 때문에 20년을 희생한 댓가가 겨우 이건가요?

 

왜 제가 20년동안 저를 망쳐온 가르침대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여자가 여자가 되겠다는데, 그게 왜 잘못인 건가요?

 

물론 온전하게 아이를 갖는 여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그를 위해서 성전환이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이고요.

내 맘대로 마음껏 섹스 즐기고 싶어서 성전환 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사회적 여성으로서 권리와 보호를 받는 게 그렇게 하느님 보시기에 고까운 일인가요?

 

그저 뭔지도 모르면서들 자기는 거룩하고 숭고한 척 지껄이는 그놈의 섭리 때문인가요?

 

그 섭리라는 것도 인간이 지 맘대로 갈라놓은 거 아닌가요?

 

그리고 설령 하느님께서 저를 남자로 만드신 거라고 할지라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삶을 살라는 도그마로 사람 인생 망쳐 놓는 게 복음인가요?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여라, 힘을 내어라, 하느님은 너를 사랑하신다는 위로는

 

수많은 고해 신부님들한테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게시글로 그 답을 듣자는 게 아닙니다.

 

그저 왜 내가 사회적 여성으로서 권리와 보호를 받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이

그 잘나신 섭리에 위배되는 것인지 해명 받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감성적으로 글을 썼다고 해서 절 나무라거나 훈계하진 말아 주세요.

제가 볼 때는 교회 안에서 입 섞어서 우리같은 사람들의 삶에 참견하는 여러분들 모두 똑같이 가해자들이니까요. 그럴 자격들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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