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시몬]성지순례기..무명순교자14인의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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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0-05 ㅣ No.253

다시 처음의 입구로 내려오니 다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입구의 다른 면에 14인의 무명순교자의 묘가 좌측으로 100미터라는 표시가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가야하나..

하지만 그 분들의 묘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움직이기 싫어하고 걷는 것 싫어하는 당신의 후손이 여기에 찾아왓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배티고개를 걸었습니다. 정말 100미터 멀었습니다. 안성으로 넘어가는 고개의 끝에 오른편으로 무명순교자의 묘를 알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당시 순교자들이 포졸들에게 끌려 안성으로 이송되는 길이었는데 그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총 14기의 묘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언덕에서 초라하게 서있는 비석을 보고 다시 한번 마음이 무거워 졌습니다.

 

배티고개를 내려오면서 아까 그 레스토랑을 지날 때 쯤 사람들이 모여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저는 술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술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데 그 순간만큼은 한잔을 얻어마시고 싶었습니다. 가서 한잔만 달라그럴까 하다가 순례자의 본분을 잊지 않기위해 두 눈을 찔끈 감고 계속 걸었습니다.

 

배티 입구 까지 걷는 것이 아찔했습니다. 그래서 이내 지나가는 차를 향해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다행히 두 번째에 트럭을 몰고 가시는 분이 세워주셧습니다. 이 분은 기독교 신자이신지 목사님의 설교 테이프를 듣고 계셨습니다. 그분과 이런 저런(주로 정치적인 이야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백곡공소에 다 왔습니다.

 

백곡 공소는 진천에서 배티로 들어가기 훨씬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백곡공소-배티-공소터-6인의 무명순교자묘-14인의 무명순교자묘

이런 식으로 되어잇습니다. 그리고 백곡 공소를 지나 배티로 가기던 삼박골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삼박골이라는 표시판으로 들어가면 배티로 향하는 비밀통로가 있다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주평국 신부님의 책에 의하면 이곳으로 들어가서 오솔길로 2km정도를 가면 배티가 나온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저는 시간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길을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에 올때는 꼭 이길을 올라갈 것입니다.

 

백곡공소에 들어서면 먼저 성모동굴에 계신 성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명동성당에 성모상처럼 단아한 모습을 하고 계신데 그 규모는 작았습니다. 공소로 들어가기 전에 바로 두분의 바르바라 순교자의 묘를 만나게 됩니다. 이 두분은 나중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공소를 들어가면 일반 시골의 성당처럼 작고 아담한 성전을 보게 됩니다. 전 그곳에서 무릎을 꿇고 아까 무명순교자들을 위하여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시 백곡에서 진천으로 가기위해 조금 걸어내려오면 주요소가 있는 이곳이 버스정류장입니다. 버스가 운행하는 간격은 대략 30분에서 50분 사이였습니다. 다행히 저는 5시 55분에 도착해서 6시 버스를 탈 수가 있었습니다. 아까 그 순교자분들이 저를 그 시간에 도착하게 해주셨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만 아름다운 꽃보다는 무명의 들꽃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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