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고별사 / 최승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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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문화홍보국 [commu] 쪽지 캡슐

2009-02-20 ㅣ No.477

 
 

고별사

 

 지극히 사랑하옵고 존경하올 추기경님,

 

 저희는 요 며칠간 생생한 기적을 목격하였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조문객들의 경건한 행렬을 보았습니다. 40만 가까운 군중이었습니다. 신문마다 김 추기경 신드롬이라 할 만큼 추기경님의 서거를 애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추기경님의 사랑의 바이러스, 나눔과 희생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입니다. 

 이 기적의 정점은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신 직후에 당신의 각막을 기증하신 일이었습니다. 이 기증으로 두 사람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장기 기증자가 5배나 늘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예수님이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고도 열 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기적 이야기를 우리 모두 잘 압니다. 저 나름대로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가 갑자기 “펑”하고 터지면서 산처럼 솟아오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먼저 당신 도시락을 옆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어 드셨습니다. 이를 보고 너도나도 옆에 있는 사람들과 자기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모두 배부르게 먹고도 열 두 광주리나 남았습니다.

  이렇게 추기경님의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주위 사람들에게 감염되어 기증자와 이에 따른 수혜자가 늘면 5천명이 빛을 보게 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느 장관께서도 추기경님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장기 기증서에 서명하셨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더욱이 우리 마음의 눈이 추기경님의 모범으로 열리게 된다면 이는 더 큰 기적입니다. 미움과 갈등과 욕심의 각막을 벗기고, 사랑과 화해와 희생의 각막을 이식하면 평화와 행복이 올 것입니다.

 

추기경님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고 안심하십시오.

추기경님의 뜻을 따라 사랑의 향기를 온 세상에 뿌려

좋은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불쌍한 우리를 돌보아 주십시오.

당신의 온화한 웃음 때문에,

저희는 따라 웃기만 하다가

웃음 뒤에 숨겨놓은 불면의 30년,

당신의 그 속마음 헤아리지 못하였어도 올곧은 샘이시여!

이 땅에 퍼뜨린 당신의 바보 웃음의 향기에 우리도 취하게 하소서.

(詩 김형영)

 

 

2009. 2. 20

서울대교구 사제단 대표

최승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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