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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8300]하느님의 사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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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의 글 종종 읽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그래, 맞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구요... 오늘은 왠지 어머니에 대한 글이 제 마음까지 움직여 이렇게 회신을 보낼 용기를 갖게 하네요.
저도 어머니를 떠나 산지가 벌써 9년째라 방학 때만 찾아 뵙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씩 마음이 애잔해 질때가 있답니다... 잘 해 드려야지 하면서도 막상 어머니를 마주하면 아들이라서 그럴까요.. 그리 살갑게 해 드리지도 못하고,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전하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혼자서 후회를 하곤 하지요... 내일은 꼭 말 한마디라도 해야지 하지만... 그 다음 날도 역시... 그렇게 마음 속의 말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지내온 지가 벌써 9년이 되어갑니다... 이러다 혹시라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도 아직 철이 덜 든 까닭일까요? 그게 쉽지가 않네요...
자매님도, 아니 선생님도 성당일을 열심히 하시다 보니 본의 아니게 집안 일에 소홀히 하게 되시는군요.. 아마도 모든 본당의 교사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 말 한마디로도 충분히 따스함을 전할 수 있음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어머니라는 모습으로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신다고 하더군요.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은 분명 사실인듯 싶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머니를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먹으며 커 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 한마디 않은 채... 마치도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는 것처럼...
언젠가 철이 들면 알게 되겠지요.. 이 세상에 그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은 없었다는 것을... 그 사랑이 바로 나를 이렇게 서 있게 해 주셨다는 것을... 그 사랑이 우리 곁을 떠나기 전에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은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사순시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서 계셔야 할 자리에 나를 세워 주시고, 내가 서 있어야 할 그 십자가의 자리에 당신이 서 계십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게 보여 주신 사랑의 모습입니다..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입니다. 나의 온갖 부족함 싸 안아 주시는 어머니들의 모습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어머니를 생각하고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괜시리 쓰다보니 장황하게 길어졌네요... 주님 사랑의 사순시기를 보내시기를 빕니다.. 혜화동 낙산 자락에서 베드로가 보내드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