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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분노2 - 화해를 갈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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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카엘 [zu4rang] 쪽지 캡슐

2002-10-27 ㅣ No.41713

2000년 당시에 차수련 노조위원장이 의사들의 파업을 부당하다고 말했다는 것을

읽고 그 배경을 알아보니 법정 진술 시 서울지검 K모 검사가 차수련 보건의료

노조위원장의 공판에서 "의사들의 파업은 정책을 새롭게 시행하는데 따른 이해

집단의 이해표현이고 보건의료파업은 실정법을 어긴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차수련 위원장이 최후진술을 통해 "의약분업은 사회적 합의사항"이라며 의사파업

의 부당성을 지적했다고 하는데 이는 K모 검사의 얼토당토 않는 말에 항변하면서

나온 말인 것 같더군요. 이 검사는 "(의료계 파업은) 정책시행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라며 의료계 파업과 이 사건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하네요.

관련 글의 표현만 본다면 그 검사의 직업 정신이 좀 이상하네요(그 검사 양반 나름

대로 의도한 바가 있긴 했겠지만). 의사의 파업과 노조의 파업은 문제 발단의 성격은

분명 다르지만 모두 실정법을 어긴 파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검사의 직분인

사람이 똑같이 실정법을 어긴 사항에 대해 한쪽은 두둔하고 한쪽은 몰아 붙이니

말입니다. 물론 K검사의 사고가 정부의 생각은 아니지만 정책 시행 과정에서의 이해

당사자간의 대립으로 생긴 파업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 어째서 정리 해고에 대하여

입법화하는 데에 반발한 노조라는 이해 당사자가 벌인 파업은 왜 그토록 반대하고

막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려.  

의사들의 불법 파업은 비호하면서도 노조의 불법 파업은 불법이라며 탄압하는 이들

앞에서는 아무리 타 병원이나 일반 노동자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CMC의 노조

라도 약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들이 이 시대의 절대 약자는 분명 아닐지라도 가톨릭

재단이 옹호해 주고 법조계가 거들어주는 의사들에 비한다면 너무나 서러운 약자들임

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어정쩡한 약자(?)들인 CMC 노조가 차라리 상류층이든 최하위층

이었더라면 그 누구에겐가는 호응을 받았으련만 임금과 노동 여건에 있어서 하위층인

노동자들에게조차 이들은 호응 받지 못하는 억울한 약자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쩌지 못하겠습니다.

 

10월 6일 가톨릭 측의 성명서에서 의료원장의 말인 즉 "사랑과 포용의 정신은 가톨릭

교회가 지향하는 바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묵과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것이 사랑과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오용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명서의 말미에는 정의와

법과 원칙에 입각하여 조속히 해결될 수 있길 빌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노조로부터

가톨릭 재단이 모성 보호법과 근로 기준법 등을 위반하는 고용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의혹에 대하여 가톨릭 당국이 묵과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러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의 촉구는 성명서에 한 마디도 없더군요. 원칙의 고수를 그토록 언급하면

서도 의사들에게는 무노동 임금이고 노조에게는 무노동 임금이며 노조에게는 마이너스

통장을 들이밀고 의사들에게는 플러스 통장이라는 원칙은 아리송합니다. 이것이 의(義)

인지 참 헷갈립니다.

저는 차라리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과 포용의 정신은 가톨릭 교회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재단의 잘못된 것을

묵과하고 불의를  덮어두는 것이 신앙적 순명과 사회의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오용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성명서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노조 파업은 인권 운동의 차원이 아니라 병원이

지니는 공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자 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

이라고.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병원 자신은 "병원이 지니는 공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재단의 이익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해서 법에서 명시하는 필요한 인력을 더 확충하지

않고 기존 인력들을 혹사시켜가며 병원을 유지하는 이기심"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의 기준도 채우지 않고 임산부가 야간 근무를 했다는 주장이 있고

보니 말입니다. 저는 정말 이것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해보고싶습니다. 과연 가톨릭 신앙을

근간으로 하는 병원에서 그러한 탈법을 묵과했는지.  

 

지난번에 가톨릭 의료원의 고졸 여직원의 초임이 공개되면서 돈 많이 버는 노조에 대한

비판이 참 많았지요. 사실 저 자신도 그 자료를 보면서 노조를 옹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갔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쩐지 급여의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더니 정말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장기 파업의 쟁점이 임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지요.

어차피 지난 직권 중재 때 이미 7.4%로 확정됐고 이번에 공개된 고졸 여직원의 급여표는

중재로 확정된 인상안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노조의 23개 요구 사항 중 직권

중재 후 남은 노조의 인사권 참여와 사학 연금 문제였는데 이 두가지 사항은 직권 중재 시

아예 단체 협상에서 제외시켰으니 한마디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소관이 아니니 노사 둘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10월 6일 가톨릭의 성명서를 보면 "노조원들은 자신들이 먼저 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였으면서도 중재 안을 불법적으로 무시함으로써 파업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병원 측

주장을 인용하면서 노조를 약속도 안 지키는 이들로 몰아갔지만 지난해 사측에서 사학

연금에 대한 것은 올해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약속했다는 노조의 주장을 보면 약속 안

지키기는 사측도 매 한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사학 연금에 관한 문제는 다른

세속(?)의 병원들은 이미 노사간에 합의를 보았는데 유독 가톨릭계 병원만큼은 질질 끌고

있으니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10월 6일의 성명서를 다시 보면 "장기화하고 있는 파업의 쟁점은 올해 성모 병원의 임금과

단체 협약 교섭보다는 파업 참가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적용’과 ’파업 책임자에 대한

징계’로 전이되고 있습니다."고 하는 것을 보더라도 공개된 CMC의 급여 체계만을 보고

노조를 비판하는 것은 장기 파업의 책임에 대한 왜곡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지금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고수는 의사들의 파업 때와는 너무나

형평에 어긋난 무원칙이고 노조원들에게 공권력의 힘을 휘두르려는 것은 지난 의약분규

시의 불법 파업으로 처벌되어야 할 의사들의 사법 처리를 만류했던 병원 재단의 처신과도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노조원들이 복귀한다면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다."며 꼬시는(?) 병원 측의 말을 들으면

성가 병원 원장 수녀님의 말만 굳게 믿고 복귀했다가 중징계 먹은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합니다. 직권 중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측은 노조이지만 올해 사학 연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자는 약속을 무효화시키고 직권 중재의 결정만 믿고 절대 수용 불가로 돌변

한 사측이 노조의 성질(?)을 건드린 것은 어떻게 평가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학 연금 문제

에 관한 약속이 노조의 중상 모략입니까?

성명서에서 가톨릭 중앙 의료원장은 "선진적인 노사 관계 정립"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노조의

인사권 참여 문제를 한번 선진적 노사 문화 제도의 일환으로 긍정적으로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듭니다. 성가 병원에서 원장 수녀님의 말만 굳게 믿고 업무에 복귀한 후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주장을 듣고 보니 필요한 제도라 생각됩니다. 즉 노조가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한 후 부당한 인사 등을 이용해 교묘하게 노조를 탄압하는 사례가 다른

업종의 사업장에서도 왕왕 보고되는 것을 보면 인사 및 해고 문제에 있어서 노조에게 동의

권을 부여하는 제도는 요즘의 노동 쟁의 시 종종 의제로 제기되는 사안이니 가톨릭 신앙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장이 노동 인권 수호의 모범이 되어 이 제도를 기안하고 먼저 노조에게

제시해 주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 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노조에 의해 파업에 동참

하지 않은 이들에게 대한 노조원들의 집단 왕따(?)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고요.

지난 의약 분규 시에 파업에 동조하지 않은 의원들을 왕따 시키려 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일부를 인용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협회 의쟁투가 지난 3일 밤 중앙위원회를 열어 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

하면서 시·군·구 의사회별로 불참 회원에 대한 제재를 논의토록 해 논란을 빚고 있다.

........................................................................

불참 회원 제재는 지역 의사회의 징계위원회 개최, 해당회원의 소명 연수교육의 기회와

평점 부여에 차별 지역 의사회보 등에 명단 공개, 영구 보존 등이다.

이에 따라 ㅇㅇ 의사회는 4일 회의를 열고 불참회원들의 명단을 PC통신을 통해 공개하는

한편, 회원에서 제명키로 했다. ㅇㅇ, XX 등 각 시·군·구 의사회도 이날 대부분 회의를

열어 폐업 불참회원들에 대해 제명, 벌금 등 제재를 결정했다. 명단 공개와 제명에 대해

한 개원의는 "환자를 위해 파업에 불참하면 의료계에서 영원히 「왕따」시키겠다는 것인데

말이나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개원의들은 "세미나 참석 등으로 1년에 연수평점 15점을 받아야 하는데 연수교육

기회와 평점 차별을 두면 치명적"이라고 반발했다.』

정말 실천에 옮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일들이 노조 사이에서도 없으리란 법은 없죠.

 

아무튼 "노조 파업은 인권 운동 차원이 아니라"고 말하는 10월 6일 성명서는 좀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노조의 인사권 참여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일부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노동 인권 운동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선진적인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서도 필요하고요.

 

다시 성명서를 보면 의료원장은 주교들에게 보낸 글에서 "지난 6월 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 중재를 통하여 임금 협상과 단체 협상 내용이 이미 종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

조합은 고통 중에 있는 환자를 볼모로 힘의 논리에 의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교회와의 대립 양상으로 현재의 파업 사태를 몰고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직권 중재 결과만 내세우고 지난해에 약속한 사학 연금 문제는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면

싸움날 것이 뻔한데도 병원 측이 배짱을 내미니 노조가 강성으로 나갈 것은 당연하겠더군요.

병원 측은 직권 중재가 있은 후 다른 단체 협약의 건은 종결 처리하려 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병원 측은 21개의 항을 합의하면서 사측에서 많이 양보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

합의 사항 대부분이 사측이 양보할 사항이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할 사항들만 제 눈

에 띄니 어떻게 합니까?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의 기준에 맞는 직원 채용, 임산부의 야간 근무 금지, 필요 이상의

진료 행위 방지 등. 이러한 사항은 사측이 양보할 사항이 아니라 그렇게 안 하면 사측이

처벌받는 사항이 아닌가요? 그리고 이번 노조의 요구 사항에는 환자들을 위한 사항이 있

는데 지난 의약 분규 시 의사들은 환자들을 특별히 배려한 정책은 거의 한 것 같지 않고

만일 있었다 하더라도 의사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주장이 환자들의 편의와 맞아 떨어졌던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병원 노조들은 그래도 병원의 부당한 진료 행위

청구 방지, 병원 주차장을 이용하는 환자 가족들에게 바가지 요금 징수 금지, 병실 내

TV의 무료 시청 등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미안했던지 환자

만을 배려했음도 분명합니다. 사실 일부 다른 병원에서도 그렇지만 몇 백 원 넣고 몇

십분 TV를 보여 주는 것 정말 치사하데요.

 

아무튼 저는 노조의 인사권 참여, 사학 연금, 무노동 무임금 철폐, 파업 책임자에 대한

징계 철회 등 정말 사측의 양보가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양보는 일절 없었으면서도 사측

이 당연히 법규 상, 도의 상 했어야 할 사항들을 마치 사측이 많이 양보한 양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임금 협상이야 어차피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선 것이고요.

 

사측의 주장대로 불의와의 타협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를 주창하고 합법

주장하며 노조의 파업에 대해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사학 연금법의 50:50이라는 법은

엄격히 적용하면서도 왜 정작 자기 자신은 근로 기준법, 노동법, 모성 보호법은 어겼다는

주장을 들어야 할까요? 사실 노조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진실을 일고 싶지만 누구하나

진상 규명을 외치는 이가 없는 것 같네요. 교회 당국도 이러한 주장에 대한 진상 규명

해보려 않고 입을 싹 씻고 가만히 있으니 교회가 속물이 된 것도 아니고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파업에 관련한 글 중에서 수녀님이 낙태를 권했다느니 신부님이 누구를 추행했다느니

하는 식의 악 소문은 믿지 않습니다. 병원의 운영상 여직원들이 한 번에 임신해서 일을

못하게 되면 환자를 돌볼 수 없고 남은 직원들이 혹사를 당하니 서로를 생각해서 임신의

계획을 짜라고 권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고 다른 직원이 혹사당하

니까 출산 휴가도 안 준다고 말도 나왔겠죠. 그러나 이것은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인원이 부족하면 미리 확충을 해야지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다니 말이 됩니까?

법에도 명시되어 있건만.

 

재단 측은 불의와의 타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지를 불태우지만 그렇다고 불법자(?)

와 아예 대화를 끊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살인자에게도 자비의 대화를 하고 자신을 핍박

하는 이와도 사랑의 대화를 하는 것이 복음의 정신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의약 분업 당시 파업 의사와 정부간에 대화를 할 것을 촉구하던 가톨릭

교회가 병원 노조에게만은 대화도 거부하다니 말입니다.

 

왜 세상의 병원은 이미 타협을 보았는데 유독 가톨릭 계열의 병원은 노사가 대립 각을

취하는 것일까요? 세상의 기업보다 못한 것이 교회가 세운 기업일까요? 사학 연금의 문제

를 세상의 병원들은 대부분 파업 이전에 합의를 보고 가톨릭 의료원과 함께 장기 파업을

한 경희 의료원조차 재단 이사장이 직접 나서 해결을 보았다고 하는데 이곳은 왜 그토록

대립하는 것일까요? CMC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요구가 토무니 없는 것들이어서 그럴까요?

다른 병원의 요구 사항과 비교할 때 그렇게 터무니없다고는 할 수도 없는데.

 

저는 분석해봅니다. 그리고 얻어보는 결론은 하나. 노조가 신앙을 들먹이며 가톨릭의

자존심을 건들어 버린 것. 그리고 이로 인한 가톨릭 사제단 수뇌부들의 완고해져 버린

자존심과 권위. 노조원들의 사제에 대한 모욕이 괘씸죄가 되어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이 양자의 고집이 끝내는 대화 단절의 죄를 낳고 말았다는 것을. 저는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봅니다. 양자 모두에게 환자를 볼모로 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노조를 변호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법조계와는 하등의 관계도

없지만 이곳 게시판에서만은 노조의 변론을 서야겠습니다. 지난 날 노조원들이 사장실에

난입하고 데모 학생들이 총장실에 난입할 때는 대립하는 양측간의 성실한 대화를 촉구

하는 성명서를 내기까지 하던 가톨릭 교회가 사제관에 난입했다는 괘씸함으로 인하여

대화의 창구를 닫아버린다면, 또 이들에게만 원색적인 돌팔매를 한다면 저는 차라리

노조의 변론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래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시해하려다 붙잡힌 터키의 어느 젊은이에게조차 가톨릭

당국은 변호인을 붙여 주었으련만 (물론 환자를 등진 이들이 어찌 옳겠습니까만) 성실히

일하고도 그 보상을 챙겨 먹지 못하는 이들에게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였다며 사나운 돌

팔매를 하는 것은 공평치 못하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저의 눈은 분명

병원 측의 잘못도 보았고, 상류층인 의사들에겐 참 자애롭고도 노조에게는 너무나 모진

공의와 공평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았으며, 환자를 앞에 두고 자존심의 대립을 하는 권위

를 보았으며, 교회의 다수 인들이 성직자를 욕보였다는 이유에 짓눌려 가톨릭 재단의

잘못은 전혀 못 보는 ’외눈박이 분노’에 빠진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전교주일을 바라보면서 노조의 마음을 아우르고 평화로 이끌어주지 못하는 이 종교가

앞으로 어떻게 이 세상의 더 완악한 죄인들을 온유와 구원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지 깊은

의문에 빠지게되었습니다. 이토록 대화가 단절되고 독설이 오가는 곳에서 저 같은 냉담자나

불신자들은 어떻게 제도권 교회로 전교 되어 마음의 평화를 얻고 구원을 받고 생명을 얻을까

하는 깊은 상실감이 밀려옵니다. 그렇습니다. 끝끝내 공권력이 투입되어야만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종교라면 대화니 용서니 이해니 화해니 사랑이니 평화니 하는 모든 것들이 공염불

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겠지요. 그리고 지난 세월 ’가톨릭은 지금 현재 종교의 본질을 가장

제대로 회복하고 있다’는 저의 확신이 무너짐을 보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주소 잃은

영혼은 교회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 버리는 사랑과 평화를 바라보면서 깊은 탄식에 빠지

겠지요.  

어쩌면 노조의 편에 서서 변론을 하다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외눈박이 분노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듭니다. 어쩌면 이미 모두 외눈박이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외눈박이 속에 제가 붙들렸는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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