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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blushbird] 쪽지 캡슐

2011-12-28 ㅣ No.9483

안녕하세요. 오랜 냉담자입니다.

저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어렸을 때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계속 미사를 나갔던 것 같습니다.그러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기독교 계열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기독교식 예배에 대한 반감과, 성인기 반항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교회 및 성당과 멀어지게 되었고, 한동안 누가 종교를 물어오면 '무교'라고 대답하며 살아왔습니다.

제 전공은 사회학입니다. 기본적으로 저의 학문에서는 신을 인간이 자신의 나약함을 의지하기 위해 만들어 낸 대상으로 보고 매우 비판적으로 대합니다. 저도 얼마전까지는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주변에서 종교를 권하는 분들을 보며 마뜩찮은 기분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외조부 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새벽에요.

외조부께서도 저와 마찬가지로 냉담자이셨습니다. 그런데 임종 직전 무언가 느끼신 바 있으셨나 봅니다. 다시 성사를 받고, 세례명도 확인하고, 성당에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잠드셨습니다...

외조부 자택이 과천에 있었기에, 천주교 과천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직계존속인 저도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처음에 냉소적인 마음으로, 할아버지 임종 미사니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 고 갔던 저는 그 곳에서, 그 이른 시간에, 일면식도 없는, 게다가 냉담자였던 저희 할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나와주시고 함께 애도해 주시는 신자 여러분을 보면서 큰 감동을 얻었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기도하면서 무엇인지 모르게 마음에 와 닿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와는 너무나도 다른 미사 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기독교 장례식에서는 보통 기도보다는 목사님이 훈계(?)에 가까운 설교를 장시간 늘어 놓는 것을 보아 왔던지라, 다 같이 엄숙하게 기도 드리며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깊었습니다.

장례 이후 많은 생각을 거친 끝에, 오랜 무교생활에서 벗어나 가톨릭으로 다시 귀의하고자 생각했습니다.
마침 현재 결혼을 논의하고 있는 연인도 천주교 신자입니다.

물론, 그 분의 집안도 천주교 신앙을 가지고 있으며, 저희 외가, 저희 친가도 저희 어머니나 몇몇 고모, 이모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천주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터라, 예전부터 고민해오다 더 생각이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자진해서 성당에 나가고 싶고, 가르침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게시판에 글을 남길 수 있어 너무나도 기쁩니다.

다만, 이제 남은 것은 현실적인 처리입니다.
저는 신림동에서 태어나 1살때까지 자라다가 과천성당으로 교구를 옮겨, 그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직까지도 로사리오 기도문이나 미사 시 사제에게 드리는 회답이 기억나는 것으로 보아, 초등 저학년까지 꾸준히 미사에 다녔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세례는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장기간 성당에 나오지 않을 경우, 행불자라 하여 교적이 소멸되거나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제 교적과 세례명을 확인하고, 어떻게 성당에 복귀하는 절차를 가져야 하는지, 주변에 제대로 상담해주고 답변해줄 이가 없어 이 곳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신림동에서 살고 있고, 어머니께서는 여전히 과천에 살고 계십니다. 다만, 종교적 차이와 신념의 차이 때문에,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다 못해 세례명이나 교적이라도 기억하고 계실까 싶어 여쭤봤지만,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고 하고, 이미 성당을 떠나온지 오래되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다른 한 분에게 물어봤더니 견진성사인가? 를 받아야 한다고 하던데, 제 머리 속에 남은 것은 희미한 기도문과 미사 절차, 어렸을 때 듣곤 했던 공과시간 성경 말씀과 구절 정도라서 무엇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도움을 구합니다. 덧붙여 신앙 생활을 붙잡아주실 멘토도 구하고 싶습니다.
현재 정신적으로 큰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성당을 통해 믿음으로 해결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많은 질문을 한꺼번에 하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부디 좋은 조언을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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