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중에 PAHs의 배출과 관련된 것이 흥미를 끕니다. PAHs는 일종의 방향족화합물인데 그 중에 벤조피렌 같은 발암 독성물질이 있습니다. 대기오염 물질과 담배 연기 등에 들어있는 악성 물질입니다. 배가 바로 이런 물질들을 몸 밖으로 일정량 몰아내 준다고 합니다. 배가 기관지와 폐에 좋다는 민간요법은 다 과학적 이유가 있었던 것이어서 신기하기만 합니다. 도라지나 더덕 같은 것과 함께 달여서 먹으면 좋다는 민간요법이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배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서 변비에 좋은데, 특이하게도 설사에도 좋은 과일입니다. 적당히 먹으면 변비와 설사 모두에 효과를 보이는 재미있는 과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화기 쪽으로는 위에도 좋아서 소화불량을 도와줍니다.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많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식후에 먹는 배 한 쪽을 최고의 소화제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배는 보통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과일인 사과와 함께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숙시켜서 부드럽고 달게 먹으려면 좋은 방법입니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가 배의 숙성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배를 오래 보관하려면 사과를 격리시켜야 합니다.
배는 요리에 부수적으로 쓰이지만, 그 자체로도 요리가 되기도 합니다. 배로 깍두기를 담그는 것입니다. 맛이 덜하고 퍽퍽한 배가 있다면 깍두기를 만들어먹으면 달고 시원한 별미 김치가 됩니다. 양념은 깍두기와 똑같습니다. 고춧가루, 새우젓, 소금을 기본으로 양념합니다. 단, 놓아두면 빨리 물이 생겨서 맛이 없어지므로 겉절이처럼 만들어서 바로 먹어야 합니다.
서양에서는 배를 요리에 많이 이용하는데, 배를 구워서 디저트나 애피타이저로도 먹습니다. 묵어서 물렁해진 배라면 오븐에 넣어서 구워보세요. 초콜릿을 찍어 먹으면 더 별미입니다. 또 믹서에 갈아서 음료를 만들어 마실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레몬즙을 첨가하여 개운한 맛을 내면 좋으며, 얼음을 잘게 부수어 함께 갈면 배 슬러시가 됩니다. 냉동실에서 오래 보관이 가능합니다. 이밖에도 배 셔벗을 만들기도 합니다. 배를 갈아서 냉동실에 넣고 2시간마다 한 번씩 포크로 긁어주기를 3회 반복하면 꽤 그럴 듯한 셔벗이 됩니다. 설탕을 약간 첨가하면 더 맛이 좋아집니다. 배로 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배, 설탕, 레몬껍질, 레몬즙을 중불에 팔팔 끓였다가 낮은 불에 뭉근하게 2시간 정도 끓이면 배가 갈색을 띠고 점성이 생깁니다. 이걸 식히면 잼이 되는데, 빵에 발라 먹으면 가정식의 훌륭한 잼이 됩니다. 유통기한이 비교적 길지만, 냉장보관하고 빨리 소비하는 게 좋습니다.
배 가공품을 구해서 먹을 수도 있지요. 산지에서 과잉 생산되거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배를 즙으로 내서 포장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값도 싼 편입니다. 도라지와 함께 달여서 약리 효과를 높인 것도 있고, 배의 이로운 성분을 간편하게 먹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