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요한 16, 23 - 28

스크랩 인쇄

이기승 [bona24] 쪽지 캡슐

2024-05-10 ㅣ No.172309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16,24)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16,24) 라는 이 말씀은 당신이 오시기 전까지, 당신께서 이 땅을 사시면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말씀하시고 일하시기 전까지 사람들은 당신이 누구이신지 알지 못했기에 ‘당신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아무것도 청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내가 아버지 하느님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16.27)에 이젠 “너희는 내 이름으로 청할 것이다.” (16,26)하고 말씀하십니다. 

흔히 사람은 자기 생긴 대로 산다, 는 말처럼 우리 기도의 태도는 어떤 면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의 태도처럼 예수님과 관계, 기도의 관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저는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기도를 자주 드리지 못합니다. 물론 저의 성향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제가 필요한 것을, 가야 할 길을, 살아야 할 삶을 주님께서 미리 아시고 안배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청원의 기도보다는 단지 주님 사랑과 자비하신 손에 저를 내어 맡기는 감사의 기도를, 특히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도록 내어 맡김 기도와 의탁 기도를 바쳐왔습니다. 

물론 주님께서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16,24) 라는 말씀은 이미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주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아시지만, 사랑이신 당신께 간절히 청하는 그 자체가 바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며 사랑의 의탁입니다. 만일 지금 청한다면 그것은 예수님께서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16,28)하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그 길은, 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길이기에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청할 뿐입니다. 제 삶이 마침 하는 그날까지, 그 길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지금처럼 당신의 아들로, 당신의 사제로 제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충실히 살아갈 수 있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을 오늘 복음의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16,28)하고 하신 말씀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셨다 되돌아가신 그 길은 바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입니다. 이 길에서 진리인 예수님과 함께 사노라면 우리는 어제의 어둠에서 빛으로, 거짓에서 참된 자신을 만나게 되고 그때 모든 묶임에서 벗어나 삶의 온전한 자유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롭게 하는 진리를 체험하게 되면, 체험할수록 우리의 삶은 생명으로 넘치고 넘쳐 마침내 생명이시며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과 그리고 성령의 사랑 안에서, 기도 안에서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온 존재로 청해야 할 기도입니다. 좋은 몫입니다. 

이런 기도가 선행될 때 우리 모두 프리스킬라와 아퀼라처럼, 아폴로처럼 예수 중심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을 통해 주어진 ‘새로운 길, 하느님의 길’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걷도록 이끌어 들일 수도 있습니다. (사18,26참조) 프리스킬라와 아퀼라의 인도로 ‘성령의 세례’를 받고 참된 ‘하느님의 길’로 아폴로를 이끌어 들인 것처럼 말입니다. 생각과 출신은 다르지만, 예수님을 중심에 둔 삶이 그들 모두를 끈끈하게 연결해 주었던 것입니다. 아폴로가 프리스킬라와 아퀼라로부터 하느님의 길을 정확히 배운 뒤 성령을 힘입어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18,28)을 공공연히 그리고 확고히 선포함으로써 유다인을 논박할 뿐 아니라, 이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미 신자가 된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것” (18,27)을 본보기 삼아 우리 또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주님, 오늘 당신은 저희에게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하고 가르치신 말씀에 의지하여 간절히 청합니다. 이 땅에 참된 평화와 기쁨이 충만한 세상이 되도록 평화와 기쁨의 성령을 내려 주십시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8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