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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한 나의 이야기…4인의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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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성 [jslee9742] 쪽지 캡슐

2010-03-16 ㅣ No.1354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질병이 우울증이다. 그래서 온라인 속 우울증 관련 커뮤니티가 성행하는 이유도 같은 입장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또 하나의 치유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여기 각자 우울증을 이겨내고 성공한 유명인사 3인의 경험담과 우울증 치교의 선구자, 고려대 이민수 교수의 희망 메시지를 담았다.

'출산 우울증 말끔히 씻어낸' 탤런트 임채원
"운동과 마인드 컨트롤로 우울증 퇴치했어요" 


저는 만삭이 될 때까지 드라마 '대조영' 촬영을 했어요. 드라마를 끝내고 20일 만에 출산을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출산 후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몸이 힘드니까 기분이 점점 가라앉더군요. 산후조리원에서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아기를 낳고서도 늘어난 몸무게 20kg이 좀처럼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울증이 더 심해졌죠. '원래 입던 옷을 입을 수 있을까?',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해졌어요. 남편이 옆에 있다 한들, 오히려 짜증만 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점점 남 탓만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한 거예요.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추락하게 될 것 같더라고요. '출산을 하는 것은 숭고한 일이고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니 스스로 노력하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했어요.

제 경우를 돌아보니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과의 싸움이죠. 정말 힘들 때는 주변에서 도와주려는 손길도 괜히 화만 내곤 했어요.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뭘 알아?' 하며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하고 자꾸 숨어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노력해보자는 생각으로 출산 후 2개월 정도 지나 운동을 시작했어요. 제가 원래 운동을 싫어하고 전혀 안 했거든요. 처음에는 참 힘들더라고요. 하루에 러닝머신 30, 스트레칭 30분 하고 집에 갔어요. 서서히 운동량을 늘리고 등산도 병행했죠. 운동을 하고 나면 우선 상쾌한 기분이 들잖아요. 그래서 일단 짜증이 줄더군요. 체중이 서서히 줄고 1년 만에 20kg을 다 뺐어요. 그러면서 일을 시작하게 됐고 저절로 우울증이 없어졌어요. 특히 사회생활하던 여성들은 산후 우울증에 주의하셔야 해요. 아기를 낳아도 일에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참 중요할 것 같아요.

'주부 우울증 잠재우고 등단한' 소설가 김진규
"우울증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소설가 김진규입니다. 저는 2007년 「
달을 먹다」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지난해 「모든 문장은 나를 위해…」라는 수필집을 냈어요. 현재는 인터넷 교보문고에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이란 소설을 연재 중이에요.

저는 등단하기 전부터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었어요. 우울증에도 급성이 있고 만성이 있다고 해요. 제 경우 약이나 상담치료의 효과도 보지 못했죠. 일단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잘 걸리는 감정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어요. 우울에 부식이 더 잘 되는 감정이 있어요. 같은 금속이라도 부식이 더 잘 되는 게 있잖아요. 그렇듯이 '나는 그런 정신상태의 사람인가보다'하고 마음을 편히 가졌어요. 그저 그 상태로 삭아서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위염 환자와 같아요. 약물치료를 하자면 매 시간 약을 먹어야 하고 병원을 들락날락해야 하잖아요. 완치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특별히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평소에 위를 달래고 먹을 걸 조심하며 차근차근 자가치유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어요. 정말 먹고 싶은 경우에는 조금 아프더라도 감수하고 음식을 먹으면 충분히 예상하고 먹는 거라 편하지요.

저는 우울증도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병이니까 고쳐야 돼' 하며 몰두하고 병원 다니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그때그때 달래는 쪽을 선택했죠. 우울증도 상황이 닥치면 알거든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달래는 겁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인정하고 같이 가는 거죠. 그렇게 인정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우울증 예방법으로 '글쓰기'가 있어요. 제 감정을 글로 쓰며 정리를 하게 되더군요. 바탕화면에 어질러져 있는 파일들을 폴더별로 집어넣어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고민의 양은 같지만 마냥 어질러 있는 것과 따로 나눠 정리돼 있는 것은 아주 다르죠. 굳이 등단을 하지 않더라도 글쓰기 자체는 우울증이나 자기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1등주의 우울증 극복한' 성악가 출신 방송인 유정현
"저에게 우울증은 선물이었고 축복이었어요"
 


방송인 유정현이라고 합니다. 제 몸무게와 같은 106.9MHz 극동방송 '내 영혼의 클래식'이란 프로그램의 DJ를 맡고 있죠(웃음). 우울증 얘기를 하자면 저는 할 얘기가 많아요. 일단 제 성격이 표현에 서툴고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죠. 성악을 했는데 완벽주의여서 연습이 잘 안 되면 금세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예체능은 1등을 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분야지요.

게다가 저는 서울대 성악과에 진학해 잘하는 사람들 틈에서 특히 이상이 높았어요. 다른 친구들은 못해도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고 늘 속을 끓였죠.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결정적 사건은 어머니의 사고였어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동시에 뇌종양이 발견됐어요. 수술을 하고 식물인간 상태로 11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그때 저는 무너지고 말았어요. 3개월 동안 12시간 자고 12시간 TV 코미디 프로그램만 보며 시간을 보냈어요.

아무런 의욕이 없어서 몸도 씻지 않고 옷도 대충 입었지요.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죠. 그러다 여동생이 "정신과에 함께 가보자"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여동생에게 우울증이란 것을 인정받고 나 자신을 놔버렸어요. 그게 회복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생기고 나 자신에게 관대해졌어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긍정적인 생각이 하나 둘 늘더군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보며 우울증이 좋아졌어요.

저는 우울증이라는 것을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인데 내 욕심으로 고집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세요. 우울증은 나 자신을 정리하고 삶을 재조정하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성악가의 꿈을 접었지만 다른 꿈을 꾸게 됐어요. 라디오 DJ도 하고 클래식 음악회 사회도 보고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지요. 우울증에 걸렸을 때, 병이라 생각하지 말고 '내가 아닌 길로 갈려고 했을 때의 신호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아! 책 한 권 추천할게요. 심리학자 라라 호노스 웹이 쓴 「우울증이 주는 선물」이란 책인데 저에겐 큰 도움이 됐답니다.

'우울증 치료 선구자' 이민수 교수(고려대 의과대학)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잘못된 신경계를 약물로 치료해야"
 



제가 치료한 우울증 환자들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류가 주부들입니다. 40대를 넘으면 자녀들은 다 성장했고 남편은 바쁘니 기분이 울적해집니다. 그렇지만 우울증이라고 자각하지 않고 '원래 삶이란 재미없는 것'이라고 단정 짓기 쉽습니다.

그런 분들은 혹시나 하고 저를 찾아오시는데 진찰을 통해 치료를 받으면 상당히 좋아져요.
'삶이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더 빨리 행복을 찾았을 것이다', '또래 친구들에게도 권유해야겠다' 이런 분들을 보면 제가 다 뿌듯해요. 이렇듯 생각 외로 우울증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고 잘못된 개념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요즘에는 우울증을 앓는 남자 직장인들도 꽤 많습니다. 남자들이 겪는 우울증이 더욱 위험한 측면도 있습니다. 우울증이 술과 담배를 유발하기 때문에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지요. 그러면 주위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본인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상황은 점점 힘들어지는 거죠.

그리고 우울증의 증세는 단순히 슬퍼지고 무기력해지는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 신체 특정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가면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우울한 감정이 아닌 다른 증세로 표현되는 겁니다. 신경전달물질이 잘못됐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 어떤 내과적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항우울제를 써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면 아픈 게 없어집니다.

우울증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치료하면 감기처럼 가벼운 병입니다. 주변에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옆에서 말없이 지켜주는 동지가 있다고 인식하게 하세요. "신경 쓰지 마라, 괜찮다"라는 위로식의 대화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우울증의 70, 80%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약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저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처럼 잘못된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약으로 맞춘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글 / 이유진·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홍태식(프리랜서) ■취재 도움 / 송형석(마음과마음 신경정신과 원장), 박지숙(한양방 의료센터 삶 마인드힐링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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