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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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앙의 위기, 총체적 삶의 위기...답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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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ㅣ No.4793

글 쓰기 전에 다른 분들이 올려 놓으신 글들 읽어도 보았습니다만, 별루 도움이 안되더군요.  이 곳은 신부님이나 수녀님께서 아님 그 밖의 다른 성직자분들께서 일반 신자보다 더 나은 성서적 지식과 성령의 힘으로 도움을 주시는 곳인 줄 알았는데, 신자들간의 말싸움도 심심찮게 보이고....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올려 봅니다. 제 마음에 닿는 말씀 해 주실 분이 있을까 하구요.

 

저는 10대 후반에 스스로 이끌려서 신자가 되었고, 당시에는 신앙에 대한 간절한 욕구가 있었다기 보다는, 차분하고 성스러운 카톨릭의 이미지가 좋아서, 그리고 막연히 절대자는 있을 것이란 본능적 믿음에 어렵지 않게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냥 저냥 성당을 오가면서 평이한 신자 생활을 하다가,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하면서부터 삶에 대한 여러 의문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그 때 마다 천주교의 교리나 사상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모든 교리가 그냥 무조건적이요, 절대적이요, 수직적 관계에서의 복종을 전제로 한 것이었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생의 의문점들에 대한 친절한 답변이 없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이런 저런 책을 접하고, (가령 틱낫한 스님의 책이라든가), 인터넷에서 좋은 글귀들을 가끔 접하면서 느낀 것이, 천주교보다는 불교가 인간적 한계와 고뇌를 더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종교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깊은 공부라고 할 것 까진 없었지만,  넓게는 동양 철학에서 다루는 사색들이 제 마음에 위안을 주는 데에 더 큰 힘을 발휘하더군요.  그러면서, 종교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천주교며 불교며 하다못해 우리 나라 전통의 무속 신앙까지 같은 수위에 놓고 바라보고 평가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모든 종교며 믿음이란 것이 결국 자기 수양과 그를 통한 마음의 평화를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것... 다만, 각기 다른 모습의 옷을 걸치고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나름대로 발전해 온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리고 ,천주교는 서양에서 우리 나라에까지 전파된 지 얼마 안되는 종교인데, 동양인의, 그리고 한국적 정서에 부합하지 못하는 점도 있는 게 당연할거구요,(물론 그런 문화적 차이가 큰 관건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만)   

 

암튼, 이런 의문들 지속하면서, 그간 견진 성사도 여러차례 포기 했었답니다. 제가 갖는 의문에 나름대로의 성찰을 갖고 고개가 끄덕일만한 답변을 해주신 수녀님도 신부님도 아직 만나뵙지 못했고,  성당에서 미사보고, 행사에 참여해봤자, 지역 공동체 모임에 분주히 다녀 온 그런 느낌이 점점 강해만 집니다.

 

물론, 주위 분들께 이런 이야기 약간 비추면,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고 공부가 부족해서 그렇다 하시는데,  자기 성찰과 깨달음을 제일의 조건으로 하는 불교와 달리, 하느님이라는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천주교라면, 적어도 그런 인간적 고뇌와 의문들에 대해서 깨달음을 위한 외로운 시간들을 절대자께서 조금은 단축시켜주시고 보다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셔야 하는 게 아닌지 감히 물어보고 싶습니다.  

 

기도, 묵상, 이웃에 대한 희생을 통해 묵묵히 답을 구해야 한다면, 절대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부처가 되기를 소망하며 도를 닦아 나가는 불교 신자들과 입장의 차이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나마 불교 경전과  사상들은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무지한 노인 신자들을 절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이유도 그런  거리감 없는 경전과 가르침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성경은 그런 면에서...  솔직히 먼나라 먼시대 이야기 같은 구절 투성이인데,, 그 조차도 기도와 묵상으로 해결하라니...절대자를 믿는 것과 자기 자신의 수양에 의존하는 것의 차이가 뭐란 말이냔 거죠?

 

이야기하다보니, 반신자 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 같은데, 솔직한 심정은....누가 이런 상태의 저에게, 그 어떤 다른 종교도 아닌 천주교를 믿어야 하는 강한 동기의식을 부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의 첫 신앙이고, 제 아이도 영세를 받게 해 놓고 이렇게 방황하는 모습이 우습지만.... 이런 의문들이 해결되지 않고는, 성당에 나가 기도를 하든 찬송을 하든 판에 박힌 주문 외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명리학이라 일컬어지는 역학의 한 분야가 있죠. 저는 사주풀이를 음양오행 이론에 근거한 동양 철학으로 볼 뿐이지, 성당에서 뭐라 하든 미신이나 피해야 할 그 무엇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정말 혀를 내두를 만큼 인간사와 자연 현상의 심오한 진리를 그 옛날 선조들이 터득하고 있었다는 데에 찬탄을 금치 못할 따름이죠.

 

제가 별다른 이유 없이 건강이 나빠지고, 주위에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과 일이 연속해 생길 때에도,  천주교적 논리로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기도로서 극복할 힘을 달란 호소밖에 할 길이 없지만....

역학에서는,  올해 저의 음양오행적 기운의 작용으로 이러 이러한 경향들이 발생하고 충돌하니, 이렇게 대처하면 현명하게 난관을 극복할 것이다라고 합리적인 조언을 해줍니다.  물론, 사주에서 권하는 대처 방법을 따르기 위해서도 역시나 자기 성찰과 수양이란 노력이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자기 수양의 목적과 방향, 그리고 현재 내가 놓인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이렇게 하라는 것과, 다 절대자의 뜻이니 막연히 답이 올 때 까지 기다리고 기도하라는 것과는.... 괴로움을 겪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접근에 있어서 천지차이가 있죠. 동양철학이 인간의 사색과  세상 돌아가는 현상에 대한 오랜 관찰에서 성립된 학문이라 정서적으로 친근하게 도움을 준다면, 절대자인 하느님께서는 한낱 인간이 정립한 이론을 능가하는 힘과 사랑으로, '왜?' 라는 질문에 고달파 하는 이에게 보다 피부에 와닿는 따뜻한 답변을 주실 순 없는 건가요?    넘 어렵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마치 인간적 수양과 자기 완성을 이룬 후에야(그 말은 결국,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경지에 이르러서야)  다가갈 수 있는 그 무엇처럼...

 

그래도, 전 하느님이란 절대자를 믿기는 하는 것 같아요....근데,  그 절대자와 통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헷갈려 하는 중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과연 교회에서 가르치는 그대로의 방법이 그리로 가는 길인지...

 

또한, 조금 아는 것이 모르는 것만 못하다고... 하다 못해, 현존하는 교리나 교회 규정들 가운데에서도, 하느님의 뜻, 성령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긴 역사를 거쳐 오면서 교회내 성직자나 당시 권력자들간의 이권 다툼, 평신도들에 대한 성직자들의 권력 유지 차원에서 생겨난 부정적 부산물도 상당수 있음을 알기에...그런 데에 대한 거부감도 큰 부분은 아니지만 얼마간 존재합니다. 저는 절대자를 두려워하며 믿는 것이지 그런 부산물들에 대한 복종으로써 제 신앙심을 평가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겠습니다.  그냥, 인간사에 있어서도, 정성과 마음이 있으면, 형식적인 예의도 자연스레 따라줘야 하는 것처럼....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이라고 생각할 뿐...

 

신자가 아니면서, 자기 수양 스스로 잘하고, 주위 사람에게 감화를 주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봅니다.  심지어, 무신론자인 제 남편 조차도 주위의 웬만한 신자들보다 마음이 넓으며, 인내심있고, 인간에 대한 동정심 많고 자신을 매일 매일 돌아보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제가 종교를 갖고 착하고 바르게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기본적으로.... 자기 그릇을 채우고 수양하는 데에는 지름길이나 편법이 없으며, 본인 스스로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 얻어지는 결실이라고 믿는 사람이며, 절대자든, 사랑하는 누구든  대신해 줄 수 없는 생의 숙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단지, 종교는 그 숙제를 혼자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만들어 낸 수단이라고 본답니다. 종교란 수단을 택하든 혼자 가든, 결국 숙제 하는 건 본인이라구....  혼배 성사를 치를 당시에도 그 말에 제가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례한 글 용서하시고, 신심 깊으신 분들 제 글에 흔들리지 마시고, 신부님이나 수녀님의 답변 말씀 기다리고 싶네요.  그저 그런 신심 갖고 계신 분들의 공허한 메아리같은 댓글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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