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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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신앙의 위기, 총체적 삶의 위기...답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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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7 ㅣ No.4812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분의 답을 원하시는 듯한데 저는 그냥 평신도입니다.

 

평신도는 영어로 하면 layman 이고 바닥에 낮게 업드리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에 한 교회신문에는 평신도라는 용어가 비하적이라며 바꾸는게 어떻겠냐는 기사가 실린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평신도가 아니라 병신도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의미의 평신도라는 말이 좋습니다.

겸손되이 낮게 엎드리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사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그런 겸손한 모습을 바라십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는 서품이나 종신서원 때 한번 바닥에 바짝 엎드리지만 저희들은 신분상 늘 바닥에 엎드리고 있는 셈이니 그래서 오히려 성직자나 수도자 분들 보다 더 하느님 마음에 들지도 모릅니다.^^

 

님께서는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단지 삶의 진리를 알고 싶으신가요?

 

그도 아니면 주인은 아니라도, 온전한 진리는 아니라도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얻고 싶으신가요?

 

그래서 명리학이나 불교나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이고요.

 

아무리 창세 이후로 유구한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인간이 받는 유혹은 근본적으로 같은 모양입니다.

우리는 하와가 받았던 그 유혹을 반복해서 계속 받습니다.

 

저의 경우도 님처럼 모태 신앙은 아니고 스스로 선택해서 영세를 받고 입교한지 2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외교인일때 접했던 천주교 신자들이 대단히 훌륭해 보여서

저도 그 훌륭한 인간들 그룹에 한 일원으로 끼고 싶었던지

별로 신앙심도 없는데 교리반에 등록하고 영세를 받았습니다.

 

간단하게 당시의 제 신앙 수준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습니다.

 

"그래 어떤 절대자로서의 하느님 비슷한 존재가 있을 수 있겠지.

그리고 성경에 이말 저말 많은데 결국은 서로 사랑하라는 좋은 말 아닌가?"

 

그렇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큰 고민이나 갈등없이 영세를 받았고

초기에는 멋모르고 제법 열심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열정(?)이 점점 식기 시작하자.

 

천주교 신자들이 나름대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하는 건 참 좋긴 한데...

교리를 봐도 사실 "인간들아 너희들은 피조물이니 내말을 잘 들어야 한다"라는 식의 명령조이고..

불교처럼 뭔가 심오해 보이는 맛도 없고..

그리고 뭐 그렇게 해라 하지마라는 계명은 많은지...

 

주일미사는 빠지면 안되고, 이혼도 하면 안되고, 인공피임도 하면 안되고, 

자위도 하면 안되고, 낙태도 하면 안되고,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랑 같이 자서도 안되고,

심지어 그런 생각을 해서도 안되고...

 

다른 이들은 그러 저런 일 아무런 최책감없이 잘도 하는데,

나는 행여 그런 생각만 해도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혹여 그 중에 하나라도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면 엄청난 죄인이 되어서

그 부담되는 고해성사를 꼭 받아야 하고...  

 

결국은 짧지 않은 제법 긴 냉담의 길에 들어섰지요.(길게 잡아서 10년정도...)

 

그리고 긴 냉담을 보내고 어떤 일을 계기로 힘들게 힘들게 다시 교회로 돌아오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내가 불교를 좋아 했었는지....?

도교나 인도 철학등 동양 철학에 심취했었는지...?

뭐가 그렇게 하느님께 불만이 많았는지...

 

결론적으로 무척이나 교만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돌아오고 나니 교리에서 말하던 모든 죄의 뿌리가 '교만'이란 걸 좀 알아 먹겠더군요.

 

이세상에 태어나는 것 부터도 스스로는 조금도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없었던 주제에...

 

하느님이든 누구든 내 인생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몹시 싫었던 겁니다.

내가 피조물이란게 사실은 종의 신분이란게 몹시도 싫었던 겁니다.

 

그래 난 하느님처럼 되어서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바로 하와가 받았던 유혹입니다.

 

하지만 "저는 주님의 종이옵니다. 그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위대한 말인지...

 

이 말 한마디를 전 우주가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이 말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미 다 멸망했습니다.

사실 우리 인간은 스스로에게 내리는 심판만으로도 이 우주에서 사라지는 게 더 나은 극악무도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이 한마디 말에대한 응답으로 우리의 친구가 우리의 형제가 아니 우리의 종이 되기를 기꺼이 선택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로... 

 

힘을 가진 이가 힘을 발휘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그런게 힘이고 능력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모든 힘을 가진 이가 그 모든 힘을 내려 놓고 종이 되는 것은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진정으로 전능하신 분입니다.

힘을 내려 놓고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진정한 전능함입니다.

 

물론 우리는 하느님의 그 놀라운 능력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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