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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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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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7-24 ㅣ No.74531

 

 

7월 24일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 마태 12,46-50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최상의 법인 하느님 뜻>

 


    나자렛에서의 오랜 세월을 보낸 예수님께서는 드디어 부모님을 떠나 출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위해 떠나가신 후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 헤아려봅니다.

 

    “이제야, 내 할 일을 다 마쳤으니 정말이지 홀가분하다. 이제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사명도 다 완수했으니 슬슬 여행이나 다니면서 노후를 즐겨야지.” 이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성모님의 안테나는 오로지 아들 예수님께로 온전히 쏠려 있었을 것입니다. 제자단을 구성해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던데 삼시새끼 밥이나 제때 챙겨 먹는지, 옷이나 제대로 갈아입고 다니는지 성모님의 촉각은 오직 아들 예수님께로 향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모님께 별로 좋지 않은 소문이 전해집니다. “자네 아들 예수가 미쳤데. 유다 최고 본산인 유다 의회 의원들과 맞서서 싸우지 않나? 잘나가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심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독설을 퍼붓지 않나? 저러다가 제명대로 못살 것 같아. 어떡하지? 일단 집으로 도로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센 성모님께서는 친척들을 앞세워 예수님께서 머무시는 집을 찾아가십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걱정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들 예수를 따라다니고 있었고, 그런 군중과 집회를 유다 지도층 인사들이 그냥 둘리 만무할 일이고, 아무래도 아들 예수가 관심과 논란의 초점이 되고... 아들 예수를 그냥 두었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생각에 성모님은 사람을 불러 아들 예수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합니다.

 

    제가 그 상황에서 아들 예수였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겠죠. “어머님, 그간 잘 지내셨어요? 제가 걱정 되서 여기까지 찾아오셨군요.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잘할게요.” 그러면서 뒷호주머니 지갑에서 한 5만원 꺼내 드리면서, “어머니, 이거 돌아가시면서 점심이라도 한 끼 사드세요.”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우리들의 통상적인 생각을 완전히 깨트리는 돌출행동을 보여주십니다. 어머니가 멀리서 찾아오셨는데도 밖에 나와 보지도 않은 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예수님의 이 발언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물론 성모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말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 어쩌면 큰 상처로 남을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좀 더 곰곰이 묵상해보면 이 말씀은 언젠가는 반드시 하셔야 했을 말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리의 말씀이었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발언이 절대로 성모님을 무시하거나 성모님과의 완전한 결별을 의미하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다른 데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통해 인류 전체를 당신의 가족이자 혈연으로 초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혈연이나 지연, 학연이나 민족도 중요한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선포하시는데,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에 대한 참된 실천인 것입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정식으로 교회 공동체이자 수도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편입되면서 예수님의 돌출발언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물론 내 부모형제, 내 친척, 내 민족, 내 국가를 소홀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맺어진 새로운 혈연, 새로운 영적 가족도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를 실감하며 살아갑니다.

 

    세상 방방곡곡 어디 가나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살레시오 회원이라는 이유로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서 한 형제자매임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혈연이나 지연, 학연이나 민족이 이제 더 이상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이제 하느님의 뜻이 최상의 법이며 하느님의 뜻 실천 여부가 예수님과 한 가족이 되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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