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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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324]봉사를 위한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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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송 [hsson] 쪽지 캡슐

1999-08-11 ㅣ No.325

질문을 보고 혹시 신부님이나 수녀님과 마음 상하거나 다툼이 있은 것은 아닌가 염려되네요.

"신부가 뭐길래, 수녀가 뭐길래 저렇게 나가나"하는 마음에서 이런 질문을 하신 것은 아니가 걱정되지만, 그래도 중요한 문제이기에 대답을 시도해 봅니다.

 

질문하신 내용은 신학적으로 중요한 것으로서 교회 문헌을 인용할 필요가 있네요. 아시다 시패 교회 문헌은 내용이 좀 딱딱하니까 인내를 갖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문헌 중의 하나인 교회헌장 10항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신도들의 일반 사제직과 직분상의 교계적 사제직은 정도의 차이로뿐 아니라, 본질적 차이로 구별된다고 하지만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각기 특수한 모양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이다"

 

  말마디가 좀 어렵지요?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모든 신자들은 세례와 견진성사를 통해서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왕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됨으로써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데, 이를 일반사제직(=공통사제직)이라고 합니다.그리고 사제들은 성품성사를 통해서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교회 공동체를 돌보는 직무사제직을 받습니다. 그런데 공의회는 직무 사제직은 일반 사제직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요. 과연 "본질적 차이"는 무엇인가? 공의회는 여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직무 사제직은 일반사제직을 위해 봉사하고 돕는 데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신자들의 공통 사제직은 세례의 은총과 믿음, 희망, 사랑의 삶, 성령에 따른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실현되는 반면, 직무 사제직은 공통 사제직을 위해 봉사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의 세례 은총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직무 사제직은 그리스도께서 끊임없이 당신 교회를 건설하고 인도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547항). 이렇게 볼 때 직무사제직이 일반 사제직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직무사제직을 맡은 사제는 좀더 적극적으로 교회 공동체의 건설과 인도를 위해 봉사, 헌신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본당에서는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이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가족 공동체로 형성해서 키워나가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지요. 사제들은 바로 이런 어려운 일을 맡아 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품격의 차이를 논할 수 있지요. 더 많이 봉사해야 하기에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있으면서 수고하고, 주님의 명령을 받들어 여러분을 지도하고 훈계하는 사람들을 존경하시오. 그들이 하는 일을 생각해서 그들을 사랑하고 극진히 공경하십시오"(1데살 5,12-13). 사제는 그들이 맡은 봉사 직무 때문에 다른 품격이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사제가 성품성사를 통해서 무슨 귀족이나 왕족이 되고, 신자들은 서민이나 신하라는 의미에서 품격의 차이는 결코 아닙니다.

 (참고로 사제직에 대해서는 자유게시판 6050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딱딱하고 긴 글이 되었네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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