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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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면 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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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avis96] 쪽지 캡슐

1998-10-07 ㅣ No.36

산에 오르면 산이 보인다.

 

 천성이 게으른 저로써는 등산은, 아주 가끔 하게 되는 사치성 취미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죽이기'로 등산을 바라 보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강 문제로 몇번 산에 오르니 왜 사람들이 그토록 산에 오르려 하는지 아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물론 요즘에도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요.

 몇 번의 등산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은 '산에 오르면 산이 보인다.' 라는 것입니다. 밖에서 바라보는 산은 서툰 감상이라는 것이죠. '드디어 단풍이 지기 시작했군. 역시 산은 단풍이 져야 아름다운 거야.' 내지는 '산이 점점 푸릇푸릇 해지는 걸 보니 봄이 왔군. 세월 참 빠르단 말야.' 뭐 이런식의 감상이었죠. 결코 틀린 말도 아니지만요. 하지만 그 산은 그저 바라보는 산일 뿐, 제가 느끼는 산은 아니었습니다.

 산에 오르면 산이 보입니다.

수십리 밖에서 바라보는 산의 단풍은 곱고 아름답지만, 산속에서 그 나무를 바라볼 때 그 수분을 밖으로 내버리는 그 힘겨운 과정, 그래야만 겨울을 날 수 있는 그 나무의 사정을 산에 올라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봄과 여름의 푸릇푸릇함도 자신의 생명고 숲의 생명을 지켜내려는 나무의 삶이라는 걸 산에 올라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산의 돌 하나하나, 작은 옹달샘 하나하나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 밖에서 바라보는 것은 그 풍경 자체지만, 산 안으로 들어가서 본 것은 그 산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들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흙은 나무 뿌리가 자신의 몸을 뚫고 지나가는 아픔을 이겨내야 하고 바위는 거센 폭우에서 숲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참나무는 다람쥐를 위해 도토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산은 많은 자연물이 마음과 마음을 모아 이루어 내는 것임을 저는 등산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은 만나야면 예수님입니다.

그분을 만나려는 노력없이 그저 먼산 보듯 예수님을 바라보면 그 분을 만날 수 없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몰아 쉬며 올라야만 산이 보이듯 예수님을 만나면 예수님이 보입니다. 골방에서의 기도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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