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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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수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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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8-29 ㅣ No.7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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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수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 마르코6,17-29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선 굵은 하느님의 사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불변의 이치가 한 가지 있습니다. 어두웠던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면서 동녘에 해가 떠오르면 밤새 하늘을 지키고 있던 달은 너무나도 당연히 기울기 마련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은 마치 달과도 같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란 태양이 강력한 빛을 발하면서 새로운 인류 역사의 동편에 떠오르자마자 잠시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구세사의 무대를 그분께 넘겨드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급격한 소멸의 길을 걷습니다.

 

    옛 시대와 새로운 시대, 구약과 신약의 갈림길에서 새 시대가 도래 하자 즉시 예수 그리스도를 새 시대의 구원자로 선포하면서 자신의 피로 구세사의 전반전이 끝났음을 알립니다.

 

    세례자 요한은 정말이지 대단한 인물이었습니다. 예언자 중의 예언자였으며, 구약시대를 종결짓는 마지막 대예언자였습니다. 그의 성덕, 그의 인물 됨됨이, 그가 구세사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으면 교회 전통은 그의 축일을 여러 번 지냈습니다. 탄생축일, 수난축일...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었으며, 인척 관계로 따져도 예수님과 아주 가까운 혈육이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인 즈카르야와 성모님의 친척 엘리사벳의 아들로서 예루살렘 남서쪽에 위치한 아인카림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주 짧은 삶은 살다간 세례자 요한이었지만 그가 후세 사람들에게 남긴 이미지는 참으로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에게 맡겨진 예언자로서의 삶을 단 한치도 흐트러짐 없이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일찌감치 단신으로 유다 깊은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언젠가 이스라엘 성지 순례 때 잠깐 제눈으로 확인했던 유다 광야는 참으로 황량했습니다. 제대로 된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시편저자의 표현처럼 그야말로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이었습니다. 광야 한 가운데 서보니 보이는 것이라곤 파란 하늘과 척박한 대지뿐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그토록 황량하고 외로운 광야로 들어간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구약시대 마지막 대예언자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기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에서 극단적 청빈생활, 그리고 대 침묵 속에 기도와 묵상, 끝도 없는 자기성찰에 전념했겠지요. 요즘 말로 치면 개인 대 피정을 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갔던 것입니다.

 

    30세가 된 세례자 요한은 드디어 ‘하산’을 결심합니다. 오랜 광야 생활을 청산하고 요르단 강가로 나옵니다. 오랜 기도와 수련의 결과 하느님으로부터 깊은 깨달음과 내공을 선물로 부여받고 설교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얼마나 신선하고 강렬하던지 즉시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의 설교에 매료되고 맙니다. 매료될 뿐만 아니라 그의 팬이 되고, 그의 추종자가 되고, 그의 제자가 되는가 하면 오래가지 않아 전 국민적 인물, 그래서 헤로데 왕까지 두려워할 정도의 전국구 스타가 되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그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오 복음 11장 11절)

 

    세례자 요한은 이스라엘이 깊은 영적 침체기를 겪던 암흑의 시절, 예수님과 동시대에 등장해 세례 예식과 더불어 강력한 회개와 쇄신운동을 펼침으로써 유다 전역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선 굵은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외친 가르침의 핵심은 무척이나 단순합니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부패와 나락의 길을 걷던 유다 지도층 인사들을 향한 외침은 쌍날칼보다 더 날카로웠습니다. “독사의 족속들아!”

 

    헤로데 왕 앞에서도 거침없습니다. “남의 여자를 아내로 취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너무나 두려웠던 헤로데 왕은 세례자 요한을 사해 부근 감옥에 투옥하였습니다. 결국 헤로디아의 간계로 참수를 당하였습니다.

 

    아기를 낳을 때는 반드시 산고(産苦)가 따르듯 새로운 시대의 시작 역시 큰 희생이 뒤따랐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소멸과 희생, 순교는 새로운 시대인 예수 그리스도 시대를 활짝 여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례자 요한은 여인에게서 태어난 모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큰 사람인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잘려나간 목에서 솟구친 붉은 피는 예수 그리스도의 선구자이자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완수하는 가장 확실한 표징이었습니다.

 

    젊디젊은 세례자 요한의 때 이른 죽음, 참으로 안쓰럽고 안타까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 입장에서 그 길만이 자신의 몫이고 하느님의 뜻을 성취하는 길이었기에 그리도 당당하고 의연하게 마지막 매듭을 지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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