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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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름다운 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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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07-21 ㅣ No.2596

오늘 복음 말씀 중에서 "그는 상한 갈대를 꺽지 아니하고, 촛불이 깜박거린다하여 심지를 끄지 아니하고..."라는 구절을 묵상하면서 지난 해 세상을 떠나신 김지환 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 주요 일간지 사회면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한 교사의 죽음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부산에 있는 광명고등학교 1학년 2반 담임이었던 김지환 선생님이십니다.

 

평소에 산을 좋아하시던 선생님께서는 학교수업이 끝난 뒤, 동료 교사들과 함께 학교 뒷산으로 암벽 등반을 하러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안타깝게도 실족으로 인해 16미터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동료교사들은 급히 선생님을 인근 병원으로 옮겨갔지만 끝내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그리고 병원 영안실에 선생님의 시신을 안치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선생님의 시신이 영안실에 안치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선생님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수많은 학생들과 졸업생들, 동료교사들이 빈소로 몰려와 밤을 새워가며 애도를 표현했습니다.

 

병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병원이 개원한 이래 이렇게 많은 조문객들이 몰려온 적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그분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애도하느냐?"는 물음에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답했습니다. "그분은 말로서 뿐만 아니라 몸으로 참교육을 실천한 살아있는 ’부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그간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에게 보여주었던 참 교육자의 모습은 이루 열거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전설처럼 남아있는 선생님의 교육일화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지니고 계셨던 교육철학 중에 하나가 "교사는 제자의 학교생활만이 아니라 사회생활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7명의 학생들이 집단으로 퇴학을 당했었는데, 선생님은 자비를 털어 자취방을 마련하였고, 그들에게 검정고시를 준비시켜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얻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 가운데 몇 명은 대학에도 진학시켰다고 합니다.

 

단골 지각생들의 버릇을 매나 기합으로써가 아니라 선생님께서 출근하시는 길에 학생들의 집에 들러 함께 출근함으로써 지각하는 버릇을 고쳤다고 합니다.

 

문제 학생들을 선생님은 늘 특별관리 하셨는데, 요주의 인물들에 대한 ’블랙 리스트’ 작성을 통한 특별관리가 아니라 주말마다 함께 등산을 하면서 나누었던 애정 어린 대화를 통한 특별관리였습니다.

 

’고객은 왕이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이란 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사들의 고객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의 제자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바로 우리가 극진히 섬겨야 할 왕인 것입니다. 또한 ’한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인 것입니다.

 

선생님은 자신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셨던 분이셨기에, 마치도 고객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는 세일즈맨과도 같았습니다.

 

비록 오늘날의 학교 상황이 열악하다고 하지만 또 아이들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교사가 진정으로 헌신할 때, 아이들은 감동을 받을 것이고 반드시 그런 교사의 노력은 풍성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참된 스승은 아이들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면서도 수업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참된 스승은 교실에서만 스승이 아니라 교실 밖 어디에서나, 매일 매순간 스승입니다.

참된 스승은 아이의 방황앞에 내일처럼 고민하고 눈물흘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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