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저희 집에 불이 났어요! |
---|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루가 복음 12, 49
물론 제 친 할머니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고협압으로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제가 냉담중이었을 때, 또 제가 신앙적으로 방황하거나 제 삶의 어려운 고비 때마다 제 가슴 깊은 곳 어디선가 할머니의 불꽃 같은 음성을 듣곤 한답니다. 제가 어쩜 지금 이 순간 가톨릭 사이트에서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100% 제 할머니의 신앙적인 노고와 수고로움 덕분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사실 저는 그리 신심 돈독하고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요.(겸손을 가장한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제 친 할머니, 故 안나 할머니는 정말 어렵게 저희 집안에 가톨릭 신앙의 불을 지르시고 할머니 자신은 그 불에 태워져 지금은 "한 알의 밀알"로 잘 썩은 좋은 비료가 되셔서 지금은 저희들 가슴속에 불꽃처럼 남아계시답니다. 요즘은 사이비 종교 포함 많은 종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많은 종교중에서 제가 가톨릭 신앙인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 저희 할머니를 통해 역사하신 주님의 크시고 크신 은총이 아니실련지요. 그 주님의 은총은 저희 할머니의 지난하고도 힘겨운 삶을 통해 끊임없이 저희 집안에서 역사하시며 저희 가족들을 부르고 계셨답니다.
저희 할머니는 삼십 대 중반에 홀로 되셔서 장성한 두 아들들을 병으로 잃으시고(후에 알았지만) 할아버지께서 남겨두신 재산들을 하나 하나 처분하셔서 날이면 날마다 당신에게 닥쳐오는 그 고통들에서 헤어나오시기 위해 무당굿으로 가산을 거의 탕진하시다피 하셨답니다. 그러나 12년 동안 하혈하다 마지막에 주님의 옷자락을 잡은 하혈한 여인처럼 무당굿과 개신교를 전전하시던 그 어느 날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가톨릭 교회에 입교하시게 되셨답니다. 오, 놀라우신 주님께 감사를!
정말 주님은 화끈하게 저희 집에 불을 지르셨어요. 저희 집에 불을 지르시고도 지금까지 방화범으로 저희 가족들에 의해 신고되어지지 않은 건 참 이상하지만요.^^ 아마 지금도 여기 저기서 불을 지르고 다니실거예요. 마리아 할머니나 제 친할머니 같으신 보이지 않는 작은이들-숨은 꽃들을 통해 오묘하게 많은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다니시는 사랑스러운 "방화범 주님!"
저희집안은 그리 부자도 명예로운 집안도 아니고 신앙적으로도 내세울 만큼 모범적인 신앙 가족도 아니며 가끔씩 분열과 갈등과 고통들속에서 희미하게 그 불꽃들이 꺼질려는 순간들도 있어 왔지만 아직까지 저희 가슴속에 남겨둔 할머니의 불꽃 같은 음성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손 대대로 가톨릭 신앙을 지켜라"는 저희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가슴속에 늘 되새김질 하며 살아오고 있답니다. 마흔 살에 미디안으로 달아나 사십년 동안 시나이 광야를 헤맸던 모세가 가시덤불의 불꽃속에서 주님의 음성을 들었던 것 처럼 제 할머니의 지난하셨던 삶을 통해 저희 가족들은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답니다. 주님, 지금 제 가슴속에도 그 불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나요? 주님, 저도 제 할머니 같은 방화범이 되고 싶어요! 아멘!
오늘도 기쁜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