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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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갈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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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옥 [smalllark] 쪽지 캡슐

2006-01-19 ㅣ No.15069



 

매주 화요일 저녁미사후, 한시간 반. 성경 통독 시간이다.

봄학기 부터 강의할 탈출기부터 읽어나간다.

 

누가 정말 나오랴 반신반의했는데, 첫번째 시간에 25명이 모였다.

첫주는 시범삼아 따듯한 유아방에 빙 둘러앉아

돌아가며 읽고, 돌아가며 묵상을 나누었다.

 

한시간을 꼬박 큰 소리로 몇절씩 나누어가면서 읽었는데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쯤이면 가슴이 콩닥콩닥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 하면서, 왜 진작 눈이 좋았을 때는

읽지 않았는지 하며 후회막급이라는 자매도 있었다.  ^^

또 그냥 거기 나와서 큰소리로 읽고 듣고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은총을 느낀다는 분도 여러 분 계셨다.

 

마지막에 잠간 간단하게 정리를 해주는 순서를 넣었다.

그날 읽은 부분 중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지적해주고

그것에 대해 일주일간 생각날 때마다 묵상해보는 것을 과제로 주었다.

 

의문이 난다는 것들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해주고,

긴 설명이 필요한 것은 봄에 시작되는 성경공부시간으로 돌렸다.

 

나역시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어서 여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미처 예기치못한 기발한 생각이나 느낌을 들을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그 모든 것들을 봄학기 강의 때, 정리해서 반영할 생각이다.

 

그렇게 한번, 미리 읽어보고, 느낌도 서로 나누다 보니

혼자서 강의할 때보다 더 풍요롭다는 것을 체험했다.

궁금한 점들을 봄까지 기다리지않고 나름으로 답변을 찾아보는 사람도 생겼다.

 

그런 것들이 스스로 읽고, 스스로 답을 얻고

스스로 공부하고 탐구해나가는  방법이리라.

그렇게 해야 더 하느님 말씀이 맛갈스러울 것이리라.

 

이제 다음 주부터는 각조를 따로 편성해서

스스로 운영해가는 성경반이 되도록 해보려고 한다.

늘 같은 한 사람이 주도하는 것보다는  모든 사람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그런 모임이 하느님 보시기에도 참 좋을테니까.

 

꼭 필요한 자리에만 있다가 모든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는

언제라도 그 자리를 내놓고 떠날 수 있는 그런 도우미가 되고 싶다.

 

어제는 두번째 시간으로, 탈출기 13장에서 25장까지 읽었다.

사람들 앞에서 나누지 않고 내 마음 속에만 남겨둔 것이 있었다.

 

모세가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백성의 소송을 맡아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장인 이드로가 충고하는 장면이다.

자신의 일을 대신할 지도자들을 길러서 그 사람들에게 일을 맡겨야

백성도, 모세도 지치지 않을 것이라는 충고.

 

전에도 후에도 모세와 같은 지도자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를 듣는

카리스마 충만한 모세.

 

그래도 이방인 사제 이드로의 충고를 순순히 따른다.

여러사람이 일을 해야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백성에게 더 좋은 일이라는 구절에 마음이 닿는다.

 

그렇다.

한 단체에서, 숙련된 어떤 일에서,

느긋이 안주하고 싶고, 그동안 쌓아놓은 신뢰를 바탕으로

누릴 수 있는 이점을 다 누리고 싶은 것은  어떤 단체장이나

어떤 봉사자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선지 사람을 기르지 않고 혼자서 일을 독식하는 장들도 있다.

심지어는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한다.

다른 사람이 일을 하면 슬슬 뒤에서 방해하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고

맡길만한 사람도 마땅하게 없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그만큼 능력과 리더쉽이 출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생각해봐야 한다.

가끔가다 한번씩 그만두어야겠다는 객적은 소리하지말고

그 자리에 충실히 임하고 있으면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능력있는 일꾼들을 많이 만들어놓는 것도

훌륭한 지도자의 책임일 것이다. 

 

언제라도 무슨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고나도

공동체가 잘 돌아간다면 그것은 전임자의 덕택이다.

사람들은 절대로 몰라주겠지만 하느님은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것이다.

 

혹시 잘 돌아가지 않더라도참견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라는 공동체는 능력 위주의 사회적 집단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실수와 부족함을 통해서도 하느님의 영광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세가 없었어도 여호수아를 통해 

하느님은 당신의 일을 잘 수행하게 했지 않았는가?

세습적인 왕이 없었을 때 판관들이 일시적으로 지도하던 그 시대가

훨씬 좋았다고 신명기계 사가들은 누누히 말하지 않던가?

 

이것이 어제.

내게 들려주신 하느님의 말씀이다.

하는 일마다 잘 되어 나간다 생각될 때마다,

잘한다 잘한다 칭찬 받고 있을 때마다,

이만하면 되었다 그 자리에 드러눕고 싶을 때마다,

 

행여나 자만심에 발을 잘못 디딜까.

행여나 그에 안주하여 썩어버리지나 않을까.

더욱 경계하고 조심하고, 깨어 준비하라는 말씀을

그분은 꼭 잊지않고 들려주신다.

 

오늘 독서의 사울은 그 시기를 잊고 있었다.

다윗에게 물려주고 떠나갈 시기를.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한때는 수천이 그를 따랐지만

이젠 수만이 그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밀어닥치는 사람들 때문에 배를 강단 삼아 물위에 띄워놓아야 했다.

그렇게 환호하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죽이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열광하던 사람들이 십자가에 달린 주님을 조롱하였다.

 

세상 인심!

그것은 믿을 바 못된다.

그저 자신의 할일을 묵묵히 하고 물러갈뿐.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박수 갈채 속에서도

그분의 목소리를 골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Saint Sans, The Swan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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