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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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께 따지고 싶었다 . . . . [최기산 주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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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jangmee] 쪽지 캡슐

2007-06-08 ㅣ No.28041

 

 

 

 

 

어느 날 가정방문을 나갔다.

여름 햇살이 유난히 극성스럽게 뜨거운 날이었다.

 

거리는 가스를 꽁무니로 뿜어대는 자동차의 행렬이 줄을 이어

코를 막아야 했다.

냄새가 싫어서 골목길을 돌아 우중충한 집들이 다닥다닥

게딱지 모양으로 줄지어 있는 곳을 무심코 걷고 있었다.

 

위를 보고싶지 않았다.

얼기설기 막대기를 걸쳐 놓고 거기에 빨래를 즐비하게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간혹 여자의 속옷을 태연스럽게 걸어 놓아

마치 오징어발 모양으로 끈이 덜렁덜렁 하는 것을 똑바로 쳐다보기엔

너무 뱃짱이 없었나보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어슬렁 어슬렁 걷는데

왠 어린아이가 혼자 앉아서 울고 있었다.

나이는 이제 겨우 너댓 살 정도로 보였다.

그애는 남의 집 대문 밑에서 큰길을 향해 울고 있었다.

 

옷을 남루했다.

언제 빨아 입혔을까?

아이는 어찌나 울었는지

눈물 자국에 먼지가 쌓이고 쌓여 처량해 보였다.

눈등이 우둥퉁하게 부었고 빨개져 있었다.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이 되면 손등으로 훔쳐서 으츠러진 모양이다.

코딱지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는데

파리란 놈이 날아와서 빨아 먹고 있었다.

 

차마 그 아이를 내버려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나는 우두커니 그 아이를 쳐다보며

 

'내버린 아이일까? 길 잃은 아이일까?' 알 길이 없었다.

 

"집이 어디니?"

 

내가 묻자,

그 아이는 서러웠던지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더욱 더 서럽게 울었다.

어찌나 울었는지 소리를 크게 내지도 못했다.

 

나는 그 가엾은 아이의 손을 잡고 길 모퉁이를 돌아 사람을 찾았다.

때마침 골목에서는 초등학교 3-4학년쯤의 아이들이 딱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얘들아, 너희들 이 아이를 아니?"

 

그 애들은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 애는 매일 울어요, 그 애 엄마는 공장 갔어요."

 

내 입속에 고였던 침이 꿀꺽 넘어갔다.

나는 마음으로 울고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공장에 나간 어미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아이의 초라한 모습에서

과연 '인생은 왜 이리 불평등한가!' 따져보고 싶었다.

 

그 아이의 우는 모습은...

돈을 마구 낭비하는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우리가 이웃을 위하여 무엇을 봉사했는가...

이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할 사람은 누구인가...

 

시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기보다

 내 영혼이 하느님을 더 기다리나이다]

 

그러나 이 가엾은 아이가 어미를 기다리는 기다림보다 더 할 것인가?

나는 생각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갈 수가 없다]

하셨다.

 

나는 정말 이 어린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느님을 애타게

기다리는가?

나는 울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불만이 있을 때가 있다.

사치스러운 불만이다.

 

기다림이 있는가?

기다림이 부족하다.

너무나 부족함이 없어서 스스로 만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루하루의 삶이 모두 공짜다.

공기도 물도 고마운 햇살도 공짜다.

그러나 불만이다.

무엇이 불만인가?

 

생의 저편 구석에는

우리들의 손길이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저편을 보기엔

우리의 눈이 너무나 고급이다.

근시안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울고 있는 이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해야 한다.

구변 좋은 입으로 쏟아내는 말들이 무슨 소용인가!

이 아이가 엄마와 함께 놀고 웃고 하기에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이 거리 저 거리서

울고 있는 아이와 어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성능 좋은 귀를 달고 다녀보자.

 

베드로에게 울부짖던 닭의 울음소리가 잘 들리는 날에는

사람의 소리도 잘 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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