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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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로움만이 사랑 실천의 근본 / 연중 제10주간 목요일(마태 5,20ㄴ-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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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4-06-13 ㅣ No.173247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의로움만이 사랑 실천의 근본 / 연중 제10주간 목요일(마태 5,20-26)

 

잡초를 없애려면 땅 위로 보이는 줄기만이 아닌, 뿌리까지 베고 캐내야만 한다. 이처럼 죄의 뿌리를 봄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회개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의 기준이 아닌, 하느님 자비의 기준으로 관계 치유를 진정으로 원하신다. 의로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뜻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고귀한 가치였다. 예수님 시대의 바리사이들은 율법으로 형식적인 의로움을 추구하던 이들이란다.

 

사실 예수님은 당신 따르려면, 저들 세속의 의로움을 능가해야만 한단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궁극적 의미를 드러내는 의로움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하느님 사랑은 반드시 이웃 사랑과 연결될게다. 사랑의 출발은 자비가 안긴 이 의로움으로 이어지니까. 사랑이신 주님 계명의 실천은 의로움에서 출발한다.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마냥 그렇게 사는 것은 하느님 뜻을 실천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주위의 인정과 좋은 평판만 얻고자 했던 게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그 의로움의 원천인 도덕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자주 그리고 계속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마음을 더욱 새롭고 커다란 놀라움과 경외감으로 가득 차게 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내 머리 위에 별이 총총한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 그것이다.” 이처럼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들은 결국은 온갖 위선과 형식주의인 자만에만 빠져있다. 그들은 하느님을 의로움으로 섬기는 것이 아닌, 오로지 겉으로 보여 주려는 자신만을 섬긴 거다.

 

그렇다고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이 내세우는 것들이 전적으로 의롭지 못하다는 건 아니다. 그들 역시 의롭게는 살았지만, 예수님의 그 의로움과는 분명 달랐다. 이웃에 무례하였고, 그들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작은 이 사랑에는 냉담했다. 그들은 늘 긍정보다 부정에 익숙했고 약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의로움인 정의를 주장했지만, 공감은커녕 오히려 율법에 매달린 이로 마냥 비쳐졌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그들 의로움을 능가하라 하시는 거다.

 

알게 모르게 사람에게는 육체적 나이만 있는 게 아닌, 영적인 나이도 엄연히 존재한다. 세월이 안기는 나이는 해가 지나면 자동으로 한 살 먹지만, 영적 나이는 반드시 이에 비례하거나 따르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비록 몸은 어른일지라도, 정신 연령은 어린이가 쾌나 있다. 저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은 율법 준수만 강조했지 약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안중에 없었다. 율법에는 정통했으나 그 정신은 약했다. 그래서 예수님 보시기에 그들은, 아직도 어린이였던 셈이다.

 

어쩌면 우리 곁에도 오랜 신앙생활로는 지위는 높으나, 영적으로는 아직도 어린이나 진배없는 망나니처럼 구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의 의로움은 주님에게서 오는 것으로, 화해의 구체적 실천을 강조하는 일상에서마저 소박하게 드러날 삶을 누려야만 한다. 그리스도인의 이 의로움은 하늘나라가 겨자씨처럼 세상에서 소리 없이 자라나는 것과도 같다.

 

우리 모두도 오직 주님 의로움만을 바라보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그것에 조금씩 물들려가면서 이웃과 소박하게 사랑 실천을 나누는 일상이야말로, 실은 가장 큰 의로움을 지닌 믿음의 삶일 게다. 신앙 공동체로 살려면 증오와 적개심은 반드시 피해야 할 큰 장애물이다. 이것을 정신적인 의로움으로 여기시는 주님 뜻을 되새기며, 어렵더라도 용서와 화해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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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움,계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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