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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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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0-10-16 ㅣ No.59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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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 루카 12,8-12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주실 것이다.”

 

<걱정에 발목이 잡혀>

 

 

    유학 시절 때의 일입니다. 서둘러 어학연수를 끝내고 대학교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3-4개월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어학연수로 무슨 수업이 가능하겠냐고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 ‘그래도 한번 해 보는거지!’하며 첫 학기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시간에 귀를 쫑긋 세우고 제일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강의를 들었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업태도는 만점이었지만 이해도는 빵점이었습니다.

 

    가끔씩 교수님들이 양념삼아 우스갯소리를 하실 때가 제일 난감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배를 쥐고 깔깔 웃어대는데, 저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따라 웃었습니다.

 

    그렇게 지옥 같은 첫 학기가 마무리되면서 또 다른 지옥,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시험은 구술시험이었습니다. 교수님과 일대 일로 마주 앉아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해야하는 참으로 괴로운 시험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강의 내용을 요약하고 또 요약했습니다. 몇 가지 가상 질문에 대한 답도 작성해서 달달 외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걱정되던지 밤잠을 다 설쳤습니다. 드디어 내 차례, 교수실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얼마나 긴장되던지 심장 뛰는 소리가 쿵쾅쿵쾅 들렸습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교수신부님은 수업시간과는 달리 너무나도 편안하고 자상하게 대해주셨습니다.

 

    “그래, 첫 학기에 얼마나 고생이 많냐? 건강은 괜찮냐? 수업시간에 잘 이해했냐? 잘 알아들은 것들, 이해한 것들만 몇 가지 말해봐라.”

 

    떠듬떠듬 계속 말이 막히고 꼬이는 저를 바라보며 빙그래 웃으시던 교수님은 당신 강의의 핵심 몇 가지만 조목조목 짚어주시며, 그래 첫 학기 수업 듣느라고 고생 많았다, 잘 했다고 하시며 시험을 마치셨습니다.

 

    나오면서 혼자말로 그랬습니다. “별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엄청나게 걱정을 했군, 걱정하느라 빠진 몸무게 3Kg 이거 어떻게 보충하지?”

 

    살다보면 걱정에 발목이 잡혀 인생이 괴로운 분들 많이 계십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우리네 인생, 그 안에서 쓸데없는 걱정으로 허비하는 시간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어떤 연구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걱정 가운데 96%는 쓸 데 없는 것이랍니다. 내게 해당되지도 않을 걱정, 괜한 걱정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찬찬히 짚어보니 우리는 참으로 많은 걱정들의 틈바구니 속에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돈 걱정, 건강 걱정, 자식 걱정, 미래 걱정, 자동차 사고 걱정, 시험 걱정, 취직 걱정...

 

    이런 우리를 향해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걱정하지 마라. 성령께서 계시지 않느냐?”

 

    우리가 비록 나약하지만 성령께서 함께 하시니 강건합니다. 우리가 비록 무지하지만 성령께서 함께 하시니 지혜롭습니다. 우리가 비록 죄인이지만 성령께서 함께 하시니 성스럽습니다. 우리가 비록 죽음을 향해 걸어가지만 성령께서 함께 하시니 영원히 살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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