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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주님 공현 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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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1-01-08 ㅣ No.6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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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주님 공현 후 토요일-요한 3장 22-30절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센스쟁이 세례자 요한>

 

 

    세례자 요한의 시대, 그가 주도했던 범국민적 회심과 자정운동이었던 ‘세례갱신운동’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존 예언자들과는 사뭇 다른 세례자 요한의 모범적인 삶과 확신에 가득 찬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종하며 제자단을 형성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큰 세력을 형성하게 된 세례자 요한과 그의 제자들은 당시 사회 지도층 인사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세례갱신운동의 선구자는 당연히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세례에 관한한 주도권을 쥔 세례자 요한과 그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 마음을 불편하게 한 사건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뒤늦게 등장한 예수님이 바로 강 건너편에서 똑같은 상점을 차리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이제 자신들이 펼쳐놓은 상점에는 더 이상 고객들이 몰려오지 않았습니다. 다들 예수님께로 몰려가고 있었습니다.

 

    잔뜩 화가 난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은 그리로 몰려갔습니다. 그리고 그쪽 제자들과 한판 말다툼이 벌어진 것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피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습니까? 아니면 KO로 결판났습니까? 이도 저도 아니었습니다.

 

    권투 시합을 하다보면 기권승이란 것이 있습니다. 결과가 너무도 뻔한 것이기에 아예 처음부터 경기를 포기한 것입니다.

 

    최경량급인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상대방은 무제한급의 예수님이셨습니다. 당당하게 구세사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신 예수님을 보고 세례자 요한은 즉시 자신을 낮춥니다. 그리고 자신의 제자들을 향해서도 일말의 변명도 구차한 해설도 하지 않습니다. 딱 한 마디만 던지며 무대 뒤로 사라져갑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례자 요한의 철저한 겸손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겸손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그의 겸손은 오랜 세월 광야에서 머무르면서 내공을 닦은 데서 온 겸손입니다. 그의 겸손은 철저한 청빈생활과 매일 매 순간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가려는 기도의 삶에서 온 겸손입니다.

 

    참으로 추하고 비참한 것이 물러날 때를 모르는 것입니다. 물러날 순간이 왔음을 알게 된 세례자 요한은 쿨하게, 센스있게, 깔끔하게 물러납니다.

 

    오랜 세월 잘 교육시킨 제자들도 예수님께로 인계합니다. 지역구도, 열렬한 추종자들도, 자금도, 세력도 다 내려놓고 혈혈단신 홀로 떠나갑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허전하거나 쓸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100% 완수했다는 데서 오는 충만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살다보면 나 자신을 커지게 함으로 인해 예수님을, 형제들을 작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나 자신을 작아지게 함으로 인해 예수님과 형제들을 커지게 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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