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2월 18일 연중 제6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스크랩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1-02-18 ㅣ No.62144

 

?

2월 18일 연중 제6주간 금요일-마르코 8,34-9,1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길동무 같은 십자가>

 

 

    제게 지워지는 가장 큰 십자가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제게 있어 가장 큰 십자가는 제게 과중한, 동시에 과분한, 그래서 몹시 부담스러운, 그래서 늘 도망가고 싶은 ‘직책’이었습니다.

 

    꽤나 이른 나이부터 제게 그 부담스런 ‘직책’이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직책이란 것이 형제들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고, 또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하고, 공동체를 이끌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것이었기에, 또 옷에 잘 맞지 않는 옷같이 불편했기에, 늘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도망가려고 하면 할수록, 단호하게 거절하고 사양할수록 더 제게 맡겨지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계속 일을 맡기는 장상들이 밉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지워주시는 신비의 십자가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직책을 통해서 더 많이 봉사하고, 그 책책을 통해서 더 많이 사랑하고, 그 직책을 통해서 형제적 친교를 위해 더 깊이 투신하라는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십자가라는 것, 참으로 묘합니다. 피하려고 하면 피하려 할수록 더 크게 다가옵니다. 도망가려고 하면 할수록 더 집요하게 쫓아옵니다.

 

    그래서 십자가 앞에서는 차라리 날 잡아 잡수세요, 하고 두 손 두 발 다 드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마음 크게 먹고, 그러려니 하고, 그냥 십자가를 껴안는 자세가 더 필요합니다. 있는 그대로, 주어지는 그대로 십자가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려는 관대한 마음이 요구됩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끊임없이 다가오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그 십자가 때로 정말 수용하기 힘듭니다. 때로 너무나 억울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내 십자가만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할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그 누구에게나 십자가는 필수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십자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 십자가는 내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목숨 붙어있는 한 끝까지 따라다니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그렇다면 그 십자가 바꾸려하지 말고, 떨쳐버리려 하지 말고, 몸부림치지 말고, 그저 친구처럼, 길동무처럼, 연인처럼 여기며 그렇게 살아갈 일입니다. 그렇게 마음먹게 될 때 신기한 일이 한 가지 생깁니다.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던 십자가가 가벼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나를 짓누르던 십자가가 편한 멍에로 변화되는 기적이 생겨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845 2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