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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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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1-03-15 ㅣ No.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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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마태오 6장 7-15절


 

“너희는 기도할 때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언제 밥 한번 먹자>

 

 

    ‘말’ 중에 참으로 특별한 ‘말’이 있습니다. ‘빈말’입니다. 사전은 빈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속 없이 헛된 말.’

 

    북한 속담에 “빈말은 냉수 한 그릇만도 못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빈말은 영양가 없는 말, 별 의미 없는 말,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 실없는 말입니다. 이런 빈말을 자주 남발하다보면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말겠지요.

 

    세상 사람들이 자주 하는 빈말은 주로 이런 것들이더군요. 마음에 없으면서도 오고가다 만난 친구에게 상습적으로 쓰는 말 있지 않습니까? “우리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내 한번 연락할게!”

 

    왜 빈말을 많이 하게 되는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말을 많이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안에 빈말도 따라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강의나 강론을 할 때 마다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저것이 아니라 핵심 주제를 하나만 딱 선정해서 일목요연하게, 일관되게 요약하고 정리해서, 하고 싶은 말, 준비된 말만 하게 될 때 강론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쿨’하고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허튼 말, 실언, 빈말도 당연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주저리 주저리, 이 주제 저 주제, 이리 왔다 저리 갔다, 장황하게 늘어놓다보면, 쏟아내는 말의 분량에 비례해서 책임지지 못할 빈말도 얼마나 많아지는지 모릅니다. 듣고 있노라면 짜증 제대로 납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이스라엘에 인접했던 근동지방 다른 민족들의 빈말도 대단했던가, 봅니다. 그들의 기도 습관은 참으로 봐주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일단 그들의 기도는 시작부터 장황합니다. 이 신 저 신, 불러낼 수 있는 신이란 신은 다 불러냅니다. 강제로 여기저기서 끌려나온 신들에게 소리소리 지르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일일이 늘어놓습니다. 마치 협박하듯이, 때로 떼를 쓰듯이 떼쟁이들은 떠들썩한 굿판 한판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런 별난 이방인들의 기도 습관은 자연스럽게 유다 종교인들에게도 전해졌고, 이런 그들의 모습에 질리셨던 예수님의 당부말씀은 너무나 간단해서 좋습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시면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빈말의 명수인 우리들이지만 예수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곧 힘이었습니다. 그분은 단 한 번도 빈말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다 명언이었고, 힘과 에너지로 충만했고, 그래서 놀라울 정도의 권위가 있어 유다 고위층마저 놀랐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인간을 살리는 말씀이었고, 위로와 기쁨의 말씀이었으며, 축복과 구원을 가져다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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