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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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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1-04-15 ㅣ No.63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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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요한 10장 31-42절


 
 

“나는 아버지의 분부에 따라 너희에게 좋은 일을 많이 보여 주었다. 그 가운데에서 어떤 일로 나에게 돌을 던지려고 하느냐?”

  

 

<돌멩이에 담긴 의미>

 

 

   예나 지금이나 단단한 돌멩이는 대단히 위험한 ‘살상도구’입니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돌에 맞아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어린 시절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개구쟁이였습니다. 틈만 나면 동네 형들 사이에 끼어 산으로 들로, 천방지축 여기저기 몰려다니고, 놀러 다니기를 그렇게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많이 겪었습니다.

 

     한번은 형들 따라 다른 동네 ‘원정’ 갔다가 별것도 아닌 것으로 시비가 붙었는데, 마침내 동네 아이들 사이의 패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처음에는 두 편 사이로 연탄재나 작은 돌들이 날아다녔는데, 나중에는 주먹만한 돌들까지 던져댔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 제 뒤통수에 뜨거운 느낌이 있었는데, 그길로 저는 쓰러져서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깨어나서 보니 적십자 병원 응급실이었습니다. 피를 얼마나 흘렸던지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 어질어질한게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그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 가던지. 사실 돌멩이 맞기 전까지 저는 나름대로 ‘한공부’했었는데, 그 뒤로 성적이 많이 떨어진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떻게 보면 치명적인 살상도구가 ‘돌멩이’인 것입니다. 사실 유다 근동지방, 아랍 세계에서는 사형방법 가운데 사형방법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동족 유다인들을 한번 보십시오. 예수님께 던지려고 다들 주먹만한 돌멩이를 하나씩 각자 손에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명백한 살상 의지를 갖고 예수님을 포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기가 막히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구원을 위해 그 멀고도 어려운 ‘육화강생의 여행길’을 걸어오셨는데, 그들의 보답은 돌팔매질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두 눈동자는 멸망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가련한 동족들을 향한 구원의지와 연민의 정으로 이글거리는데, 그들의 눈동자는 너무도 뜻밖에 복수심과 적개심으로 이글거렸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양손에 돌 하나씩 들고 부릅뜬 눈으로 예수님을 쳐다보고 있는 유다인들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만일 예수님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 것인가 묵상해봅니다.

 

     제 마음 안에 ‘폭풍 분노’가 일었을 것입니다. 제 눈동자는 분노로 타올랐을 것입니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다 이룰 수 있는 예수님이셨습니다. 하늘에서 불을 내려 그들을 싹쓸이 했을 것입니다. 제대로 본때를 보여줬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보십시오. 폭력 앞에 결코 폭력으로 맞서지 않으십니다. 차근차근 조리 있게 말로 설득하십니다. 제발 그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지막 1%의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그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십니다. 그래도 끝까지 그들이 말을 듣지 않자, 그저 홀연히 그들 사이를 빠져나가십니다.

 

     참으로 대단한 인내의 예수님이십니다. 끝까지 참아주시고, 마지막 순간까지 기대하시는 자비의 예수님이십니다.

 

     거듭되는 우리 인간의 배신과 배은망덕, 무지와 그로 인한 숱한 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우리를 참아주시는 예수님을 통해서 자비 자체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는 복음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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