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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주님 공현 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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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1-05 ㅣ No.70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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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주님 공현 전 목요일-요한 1장 43-51절

 

“와서 보시오.”

 

<우리 안에 천상 예루살렘의 건설>

 

 

    가끔씩 수도성소를 찾는 젊은이들로부터 성소문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친절하게 전화를 받으면 대체로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습니다. “거긴 어떤 수도회인가요? 어떤 일을 하죠? 창립자는 누구인가요? 입회 자격이나 입회 시 연령 제한은 몇 살까지인가요? 사제가 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우리 교회의 명맥을 유지해나갈 보물 같은 성소자들이기에 차근차근 상세히 가르쳐줍니다. 저희 수도회는 돈보스코 성인께서 가난한 청소년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창립하신 교육 수도회입니다. 저희는 주로 청소년 관련 사목터에서 일합니다. 학교나 직업학교, 청소년 센터, 청소년 교정시설, 청소년복지시설, 본당... 그리고 고졸 이상의 건강한 사람으로 만 29살까지 지원이 가능합니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절대 거기서 끝내지 않습니다. 한 마디 덧붙입니다. 전화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언제 시간되시면 일단 저희 수도원을 찾아오시면 좋겠습니다. 오셔서 저희들 사는 모습을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하루나 이틀, 일주일 저희와 함께 생활하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필립보 사도가 나타나엘에게 “와서 보시오.”라고 초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때로 장황한 말이나 설명보다는 직접 와서 본인의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효과적이고 실질적입니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직접 와서 보면, 며칠 살아보면 모든 것을 파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성소자들이 저희의 “와서 보시오.”라는 초대를 받고 저희 공동체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합니다. 한 형제로 똘똘 뭉쳐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기쁘게 투신하는 수도자들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시종일관 웃고 떠들며 행복하게 지내는 수도자들의 모습에서 천상 예루살렘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이라면 나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며 마음을 굳힙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타나엘도 비슷한 체험을 합니다. 그는 예수님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저 필립보 사도의 말을 통해 그분에 대해 여러 차례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설득력이 약했던가 봅니다. 제대로 공부한 똑똑하고 냉철한 사람이었던 나타나엘이었기에 최초의 반응이 영 시원찮습니다. 필립보의 초대에 꽤나 시큰둥한 태도를 보입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마침내 필립보는 최후의 수단을 씁니다.

 

    “와서 보시오.”

 

    드디어 나타나엘은 와서 보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그분의 실체를, 그분의 삶과 행적을, 그분 안에 담겨있는 하늘나라를, 그분이 건네시는 구원을...그리고는 순식간에 그분에게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초스피드로 예수님께 대한 장엄한 신앙고백을 하기에 이릅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우리 공동체에, 우리 본당에 필요한 노력 역시 “와서 보시오.”라고 세상에 외치는 초대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비신자들이, 예비신자들이 거리낌 없이 우리 공동체를 찾아올 수 있도록 자신을 활짝 여는 개방성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여기야 말로 살만한 곳이로구나, 여기야말로 지상천국이구나, 이런 곳이라면 내 인생을 걸어도 될 만한 곳이로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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