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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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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2-05-18 ㅣ No.73168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5월 18일 부활 제6주간 금요일




Your hearts will rejoice,
and no one will take your joy away from you.
(Jn.16,22)



제1독서 사도행전 18,9-18
복음 요한 16,20-23ㄱ

저는 주로 책을 구입할 때 인터넷 서점을 이용합니다.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원하는 책을 빠르게 그리고 편하게 받아 볼 수 있는 장점 때문이지요. 물론 직접 책을 살펴보고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괜히 샀다’고 후회하게 하는 책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지금까지 인터넷 서점을 계속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문득 플라톤의 ‘국가론’이라는 고전을 보고 싶었습니다. 신학생 때 철학시간에 배우기는 했지만 정독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000년 넘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왔던 책을 아직도 정독하지 않았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너무 많은 책이 있어서,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를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저희 동네에 있는 헌책방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으로 헌책방을 찾아갔지요. 인터넷에서는 제가 원하는 책을 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이곳 헌책방에서는 일일이 찾아야만 합니다. 주인아주머니도 어디에 책이 있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찾아야만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고생 끝에 책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전에부터 보고 싶었던 책 한 권도 찾았습니다. 기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여기에 책값도 싼 것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아무리 싸도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헌책방에서는 50% 이상의 할인율을 보입니다.

약간의 발품과 책을 찾느라 고생한 것에 비해서 얻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싸게 책을 사고, 또 보고 싶었던 뜻밖의 책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편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로는 약간의 고생이 보람과 기쁨을 가져다주니까요.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이나 시련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무조건 나에게 와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더 큰 선물로 다가오는 주님의 배려라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예수님께서는 해산하는 여인의 비유 말씀을 하시지요. 즉, 해산할 때 여자는 근심에 싸여 있지만, 아이를 막상 낳고 보면 그 기쁨에 처음의 근심과 고통을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떠나시기에 근심에 싸이겠지만, 곧 그 근심이 기쁨으로 바뀔 것임을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고통과 시련을 무조건 거부하는 모습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 안에서 우리는 뜻밖의 행복을 얻게 됩니다. 제가 헌책방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랑 가득하신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우리가 싫어하고 피하고자 하는 고통과 시련들을 통해서도 주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은 늘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려는 사랑 그 자체이시니까요.

 

불안은 삶의 조건이다. 삶은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 가는 과정이다(알랭 드 보통).


오랜만에 가본 헌책방. 왜 이곳을 그동안 찾지 않았을까요?


 

남 비판할 것 없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어떤 연예인의 집을 소개하는 것을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연예인의 신발이 너무나도 많은 것입니다. 신을 매일 한 켤레씩 돌아가면서 신는다고 해도 너덧 달 만에 차례가 돌아올 정도로 많은 신발이었습니다. ‘연예인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과소비의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비판의 마음이 들게 되더군요.

그런데 제 방의 책들이 갑자기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과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저의 책들을 보면서 과소비를 저 역시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많이 사고 또 많이 보고는 있지만, 지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거든요. 어떤 책은 머리글만 읽고 덮어둔 것도 있습니다. 다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책을 사고 있는 제 모습 역시 과소비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남을 비판할 자격이 저 역시 없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다른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부족함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먼저 비판하고 보는 것은 무엇일까요? ‘남은 틀리고 나는 맞다.’는 이기적인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요?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내 자신을 먼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판단도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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