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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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수요일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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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8-22 ㅣ No.7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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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수요일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 마태20,1-16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그저 기다리시고 끝까지 참아내시는 하느님>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뙤약볕 아래 하루 온종일 12시간 동안 밭일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잘못하다가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야 합니다. 그런데 열사병에 걸릴 정도로 하루 온종일 40도가 오르내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일꾼 한명이 있었는데, 그는 정말 게으름뱅이였습니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에나 겨우 일어나 ‘아점’을 먹고, 그러고서도 또 몸이 몽롱해 낮잠 제대로 한번 자고나서 어슬렁거리다가 저녁 5시가 돼서 포도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는 겨우 1시간 남짓 포도밭에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난 후 임금 정산을 할 때였습니다. 포도밭 주인은 너무나도 특별한 사람, 정말이지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었습니다. 새벽 6시에 포도밭에 도착해서 하루 온종일 죽기 살기로 일한 사람이나, 저녁 5시에 도착해서 설렁설렁 뒷정리나 하다가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일한 사람에게나 주인은 일당으로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을 지급했습니다.

 

    포도밭 주인의 처사를 묵상하면서 저 역시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해도 해도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포도밭 주인이 잘못한 것은 정말이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해 뜰 무렵 포도밭에 일하러 온 일꾼들과 포도밭 주인은 분명히 하루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했습니다. 일과가 끝난 후 주인은 어김없이 그리고 정확히 일당을 지급했습니다. 주인은 불법을 저지르거나 부당한 대우를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아침부터 일한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일도 끝났고 일당도 챙겼겠다, 깨끗이 씻고 퇴근하면 될 텐데, 자신들보다 늦게 와서 일한 사람들에게 주인이 일당으로 얼마씩 주는가, 유심히 바라봤습니다.

 

    기껏해야 반 데나리온, 아니면 1/3 데나리온이나 받겠지 했었는데, 아니 웬걸, 주인은 그들에게도 자신들과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주는 것이 아닙니까? 그걸 보는 순간 그들은 불타는 시기심과 질투심으로 끓어올랐습니다. 즉시 주인에게 달려가서 따졌습니다.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서 온 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철저하게도 계산적인 우리 인간의 사고방식, 남 잘되는 것 결코 좋게 못 보는 우리들의 시선, 늘 나와 남을 비교하느라 삶이 피곤한 오늘 날 우리 인간들의 일상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늘 이웃과 자신을 비교하는 우리들, 자신의 발밑을 유심히 살펴보기보다는 이웃들의 티끌보다 작은 결함에 혈안이 된 사악한 우리 인간들을 향해 던지는 예수님의 말씀은 쌍날칼처럼 날카롭기만 합니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요.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이는 하느님 아버지의 바다처럼 관대한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의 생각과 하느님의 생각은 철저하게도 다릅니다. 우리 인간들의 셈법과 하느님 나라에서의 셈법은 천지차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처럼 조목조목 따지지 않으십니다. 과거의 진홍빛처럼 붉은 죄악도 개의치 않으십니다. 우리 인간들이 지니고 사는 질투나 시기심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관대하게 베푸십니다. 그저 사랑으로 감싸 안으십니다. 떠나가면 그냥 슬픈 눈동자로 떠나보내십니다. 그러다가 돌아오면 뛸 듯이 기뻐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 인간의 사고방식, 논리구조를 훨씬 초월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 인간의 관습이나 행동양식을 완전히 뛰어넘습니다.

 

    절대로 앞뒤 재지 않습니다. 절대로 계산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용서하시고, 그저 기다리시고, 끝까지 참아내십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당신 구원의 대상으로 선정하십니다. 마지막 단 한 사람까지 당신께로 돌아서기를 끝까지 기다리고 계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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