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월)
(백)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그의 이름은 요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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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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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2-18 ㅣ No.8589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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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R) - 마태 1장 18-24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시리라."

 

<우리 각자 안에 예수 그리스도를 탄생시키는 일>

 

 

새벽미사를 다녀오는 길에 평화방송을 틀었더니 왠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서울시립동부아동상담소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김보애 안나 수녀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올해 명동성당 대림특강 두 번째 강사로 하신 말씀들이 재방송되고 있었습니다.

 

25년간 줄곧 상처입고 마음 아픈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 오신 수녀님의 노고를 손에 잡힐 듯이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심리·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들 치료를 부탁드리면 어떤 아이든 따지지 않고 흔쾌히 받아주시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수녀님께서 처음 그 일을 시작하실 때를 회고하셨습니다. 당시 많은 아이들이 본드와 가스를 많이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한 아이가 세상을 뜨고 말았답니다. 그 아이를 땅에 묻으면서 미안함과 죄책감에 대성통곡을 하셨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결심을 하셨답니다.

 

너처럼 힘든 청소년이 오면 죽을힘을 다해서 일할게.”

 

또 다시 목전으로 다가온 이번 성탄 아기 예수님은 어느 다른 하늘 아래서 태어나실 일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서, 우리의 가정 안에서, 무척이나 각박해진, 그래서 상처입고 소외받으며 죽어가는 이웃들이 줄을 선 우리 사회 안에서 다시 태어나셔야 합니다.

 

수녀님께서 심한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쉼터까지 오게 된 6살짜리 여자 아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정말이지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밤에 잠을 재우는데, 수녀님 손을 꼭 잡으면서 제발 어디 가지마시라고, 자기 옆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해주시라고... 잠 들었나 해서 살며시 손을 빼내려면 꼭 쥔 손을 절대 놓지 않더라는...

 

우리 각자가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한 아이를 따뜻이 안아줄 때 아기 예수님은 우리 품에서 태어나시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심연의 바닥에서 울고 있는 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줄 때 아기 예수님은 우리 사이에 탄생하시는 것입니다. 죽어도 용서하기 힘든 한 이웃을 큰마음으로 용서할 때 아기 예수님은 내 안에서 탄생하시는 것입니다.

 

어제 선포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마지막 부분이 기억나실 것입니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이전까지만 해도 족보의 이름이 남성에게서 남성으로 전해지다가 요셉에 이르러 갑자기 남성은 무대 뒤로 물러나고 여성, 마리아에게서 예수님이 태어나셨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인간이 하느님의 도구 역할을 했었지만 이제는 하느님께서 직접 개입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때로 우리 인간을 당신 구원 역사의 도구로 사용하실 수도 있지만 때로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직접 행동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은 아주 중요한 결정적인 순간이며 그 일은 하느님 당신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일이 바로 기적중의 기적, 인류 역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일,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인 일입니다.

 

이 특별한 대사건, 예수님의 탄생 앞에 보여준 요셉의 태도를 우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요셉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대충 분위기를 파악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요셉은 크게 두려워하지도 않았습니다. 호기심으로 접근하지도 않았습니다. 고민 고민하며 강생의 신비를 해석하려고도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경외하는 마음, 존경하는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침묵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강생 사건을 바라봤습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 손길에 맡겼습니다. 그저 묵묵히 주님의 천사의 명령에 따라 순종했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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