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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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죄는 피로써만 씻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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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silver0824] 쪽지 캡슐

2014-01-19 ㅣ No.8664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연중 제2주일


<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


복음: 요한 1,29-34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죄는 피로써만 씻겨진다 >

 

            초등학교 4학년인 정태는 마음이 여리고 착한 아이입니다. 그렇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행동이 어눌하고 조금 바보스러운 데가 있어서, 친구들은 그런 정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미워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무 때나 엉뚱하게 나서서 친구들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사이에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정태는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정태네 반 아이들 중 몇 명은 정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정태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정태가 멍든 것을 보자 정태 엄마는 학교를 찾아왔고, 그래서 정태를 때린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불려갔습니다. 선생님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들을 단단히 혼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서둘러 학교를 빠져 나갈 때였습니다. 정태네 반에서 못됐기로 소문난 남자 아이 셋이 정태를 화장실로 끌고 갔습니다. 아이들은 화장실 바깥문을 잠근 채 정태를 윽박질렀습니다.

우리가 때렸다고 너네 엄마한테 일렀지? 나쁜 놈!”

너네 엄마가 학교에 왔다 가고 나서 우리가 선생님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

정태는 잔뜩 겁에 질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습니다.

너네 엄마가 학교에 한 번만 더 오면 그 땐 너, 학교에 못 다니게 될 줄 알어.”

알았어. 엄마한테 이르지 않을게. 제발 때리지 마.”

때리면 흔적이 남을 테니까 때리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만 넌 말로 해선 안 통하는 애야! 우리한테 혼 좀 나야 돼!”

아이들은 정태의 얼굴을 화장실 변기에 밀어 넣고 물을 내렸습니다. 정태의 얼굴은 화장실 변기의 물을 흠뻑 뒤집어썼습니다.

이번엔 한 번이지만 다음엔 다섯 번이다. 알았지?”

그 때 다른 반 남자 선생님이 화장실로 들어왔고, 이 사실은 온 학교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징계를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아이들은 징계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선생님은 매일 학교에 일찍 출근하여 손수 화장실 변기들을 닦았습니다. 한 달이 넘게 선생님은 그 일을 계속했습니다. 변기 속에 아이의 머리를 처박았던 아이가 와서 용서를 청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너희들을 잘못 가르친 탓이지. 정태는 여기에 머리가 박혔었는데 선생님이 고무장갑 낀 손으로 변기를 닦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니. 선생님이라도 이 더러운 변기를 깨끗하게 닦아 놓아야지. 그래야 가엾은 정태가 또다시 변기에 얼굴을 디밀어도 상처를 덜 받을 테니까.”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연탄길 3 선생님의 눈물]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도 세례자 요한보다는 큽니다. 그만큼 하늘나라는 완전하고 깨끗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요한 계시록에서는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이들은 자신의 두루마기를 어린양이 흘리신 피로 깨끗이 빨아 희게 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참조: 계시 7,14) 피로 옷을 빨면 붉어져야 하는데 어떻게 희게 될까요? 희게 되었다는 뜻은 하나의 상징인데, 나의 더러움, 즉 나의 죄는 로써만 깨끗해 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에게 벌을 주는 것보다 아이를 더 깨끗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눈물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눈물은 아이들을 죗값을 위해 대신 흘려주는 피였습니다. 이 피만이 사람을 죄인에서 의인으로 깨끗이 씻어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1882년 프레드릭 카벤다쉬와 토마스 버크를 찔러 죽인 브라디라는 사형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공공연하게 자신을 고발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형 집행 전날, 한 수녀님이 그에게 면회 신청을 했습니다. 수녀는 그를 만나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브라디씨, 저는 어떤 사람을 몹시 미워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 용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데 사실 나의 신앙으로도 그를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수녀에게도 그런 일이 있습니까? 용서하는 데는 까닭이 없지요. 그냥 마음을 풀어 버리면 되는 게 아닙니까?”

이때 수녀는 브라디의 손을 잡으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뵈닉스 공원에서 버크를 죽인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그는 바로 나의 오빠입니다.”

그러자 브라디는 그 큰 눈을 한참 감고 있더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저를 고발한 사람을 지금 용서합니다. 이제는 마음이 후련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마음의 평화를 체험하고 브라디는 조용히 숨을 거뒀습니다.

 

사실 나의 죄 값은 내가 다 치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죄란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비싼 화분을 깨서 아무리 혼내도 그 화분은 다시 붙지 않습니다. 고해성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부님이 내 준 보속을 한다고 죄가 용서받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리스도의 피로서 온전한 용서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용서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나의 삶의 변화로 증명이 되어야 합니다.

 

라디오에서 나온 사연인데 자신이 아는 대학 선배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선배의 부모는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고 어머니를 때리기도 하며 못살게 굴었습니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그 선배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점점 안 좋은 길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패싸움에 말려들어 모두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아버지가 불려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경찰들에게 무릎을 꿇고 아들을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경찰들도 당황했지만, 제일 당황했던 것은 그 선배였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그 이후로 그 선배는 마음을 잡고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일류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예수님의 피의 값을 조금이나마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면 우리는 그만큼 더 깨끗해 질 것입니다. 삶도 이전과는 같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날 만찬 상에서 왕이시며 스승이시지만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그러나 그 중에 가리옷 유다에게는 예수님의 눈물도 피도 소용없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죗값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흘려주는 눈물이, 나를 위해 흘리는 피가, 나를 위해 당하는 수고와 고통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사랑임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런 수고도 헛것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 미사 때마다 우리를 위해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십니다. 그러면서도 내 삶에 대한 후회의 눈물이 나지 않고 삶의 변화가 없다면 그 피는 나에게는 가치가 없게 됩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러 오셨음을 믿으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분을 믿읍시다. 그분의 사랑을 믿읍시다. 그 믿음으로만 나는 그 피를 통하여 깨끗해지고 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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