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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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낙엽을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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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avis96] 쪽지 캡슐

1998-11-08 ㅣ No.113

젖은 낙엽을 밟으며.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밟는 소리를....

이 시구절 많이 들어보았는지요. 그리고 올해 낙엽은 밟아 보았는지요.

저는 며칠 전 낙엽을 밟아 보았습니다.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마른 낙엽이 아니라 비에 젖어서 아무 소리도 없는 그런 낙엽이었죠.

 

 오늘 예수님은 사두가이파 사람들과 부활에 대한 토론을 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죽은자의 하느님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의 하느님이라는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하지만 죽어야만 부활 할 수 있다는 것도 놓치지 않고 가르쳐 주십니다.

 

 젖은 낙엽을 밟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나의 삶은 젖은 낙엽인지 마른 낙엽인지를요. 저는 분명 마른 낙엽의 삶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삶은 젖은 낙엽일 것 같아요.

 

 살아있는 자의 하느님, 어쩌면 그 '살아있음'은 스스로를 차가운 가을비에 적셔서 빨리 춥고, 빨리 외롭고, 빨리 아픈, 그래서 빨리 썩어버려 땅을 기름지게 하는 그런 '죽음'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빨리 썩어서 힘차고 새로운 생애를 준비하신 예수님, 그 분의 부활은 그런 의미일 지도 모릅니다.

 

 저의 삶이 빛깔 곱고 요란한 마른 낙엽의 삶이 아니라, 가을 찬비에 후즐근하게 젖어 볼품없고 찍소리 못내는 젖은 낙엽의 삶이기를 주님께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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