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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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존재 자체로 선물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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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5-08-24 ㅣ No.9880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존재 자체로 선물인 분


 

가끔씩 제 지난 삶을 돌아볼 때 마다 존재 자체로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당신의 삶 전체를 통해 가르쳐주신 분, 인생에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가르쳐 주신 분, 철부지요 하룻강아지 같은 제게 소중한 깨달음을 선물로 주신 분...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감사하고 존재 자체로 제게 선물입니다.


 

예수님과 나타나엘(혹은 바르톨로메오)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전개된 대화를 통해 우리는 한 인간을 더 큰 가치관, 더 큰 삶의 지평으로 안내하는 참 스승의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통 의혹과 의심 투성이였던 나타나엘이었습니다. 필립보가 아무리 “나는 메시아를 만났소.”라고 말해도 묵묵부답이던 나타나엘이었습니다. 나타나엘의 반응은 정말 냉소적입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그러나 거듭된 필립보의 간청에 예수님을 만나뵈러 간 나타나엘은 즉시 예수님의 매력이 흠뻑 빠지게 되고, 그 자리에서 큰 회심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예수님의 존재감이 대단했던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발산하시는 큰 광채 앞에 나타나엘의 불신앙과 냉담함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지복직관(至福直觀)의 은총으로 인한 회심이라고나 할까요? 언젠가 우리 역시 자비하신 하느님의 얼굴을 직접 대면할 순간이 올텐데... 그 때 우리도 똑같은 은총을 입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직접 뵌 감동을 억누르지 못한 나타나엘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드디어 나타나엘은 예수님께서 구세주이심을 고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거기에서 끝내지 않으십니다. 나타나엘에게 한 가지 더 큰 밑그림을 보여주십니다. 그의 미래를 향해 또 다른 청사진 한 장을 펼쳐 보입니다. 그를 더 큰 세계, 더 큰 바다로 나아가게 인도하십니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진실로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에게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비록 지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더 진실된 것, 더 가치 있는 것, 더 의미 있는 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가르치십니다. 언젠가 육의 눈이 닫히고 영의 눈이 열리면 지금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가르치십니다. 보다 아름다운 것, 보다 진실한 것, 보다 영원한 것, 죽음을 넘어서는 것, 영원한 생명, 불멸의 하느님 나라가 존재함을 가르치십니다.


 

고맙게도 하느님께서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보지 못하는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시고 다는 아니할지라도 ‘살짝’ 천국의 맛을 이미 보여주셨습니다. 그 결과 우리네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은 세상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깨달음을 건네주신 것입니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못 바꿀 소중한 진리를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열어주신 새로운 삶의 지평을 우리도 이웃들에게 열어주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깨달음을 놓치고 불행하게 살아가지 않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그들이 육적인 삶, 자기중심적 삶을 깨트리고 하느님 중심적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해줘야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이전에 체험하지 못했던 행복한 새 세상을 만나게 해줘야겠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감미로운 것인지, 영적인 삶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하느님과 함께 걸어가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를 알려줘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부터 먼저 확실한 하느님 체험을 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과의 감미로운 만남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분의 인간을 향한 한없는 자비, 애틋한 마음을 우리도 지녀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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