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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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궁금한 하느님 아버지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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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6-02-27 ㅣ No.102782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궁금한 하느님 아버지의 얼굴


 

여러분들, 많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언젠가 이승의 삶을 마무리 짓고 또 다른 세상으로 건너갈 텐데...거기서 그토록 고대하던 하느님 아버지의 실체와 대면할 텐데...과연 그 모습이 어떤 것일까?


 

저는 개인적으로 자비의 해를 맞아 루가 복음서를 자주 묵상하면서 너무나 쉽게 해답을 찾았습니다. 루가 복음서에는 여타 복음서에 비해 자비하신 하느님의 얼굴이 훨씬 더 많이 드러나고 있더군요. 수많은 치유사화들, 죄 많은 여인을 용서하시는 장면, 세관장 자캐오의 이름을 부르시고 그의 집에 묵으시는 장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 되찾은 양의 비유,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 그리고 마침내 되찾은 아들의 비유!


 

언제 읽어봐도 진한 감동과 큰 여운을 남기는 비유가 되찾은 아들의 비유입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 손에 잡힐 듯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계심에도 불구하고 자기 몫의 유산을 챙겨 먼 길을 떠났습니다. 둘째 아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정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입니다. 집나가서 잘 되었으면 괜찮았을 텐데...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갑작스레 생긴 공돈이었기에 물 쓰듯 돈을 탕진했습니다. 매일의 스케줄은 술과 여자, 유흥과 도박이었습니다. 윤리 도덕적으로도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둘째 아들은 오래 가지 않아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타락의 늪으로 빠져 들어갔고 동시에 완전 알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아들이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꿔먹습니다. 그것 역시 하느님 은총의 결과겠지요. 깊이 고개를 떨어트리고 ‘지금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도달하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 것입니다. 완전 알거지가 되어 한 끼 끼니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아버지 집의 그 풍요로움이 떠오른 것입니다. 둘째 아들은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린 것입니다.


 

그런 둘째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올 한해 자비의 해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저 같았으면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서 나가보지도 않을 것입니다. 녀석에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그 잘난 상판대기를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게 일꾼들 방에 재우면서 처벌기간을 줄 것입니다.


 

그런데 비유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어떠합니까? 둘째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부터 너무 기쁜 나머지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죽었다고 여겼던 둘째 아들의 생환 소식에 너무 가슴이 설레어 동구 밖 어귀까지 나가서 기다리십니다.


 

이윽고 잔뜩 겁먹은 얼굴로, 거지중의 상거지가 되어, 어깨가 축 처져 터벅터벅 걸어오는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아들임을 확인한 아버지는 노구 임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들을 향해 내달립니다. 아무 말 없이 격한 포옹을 하십니다. 말없이 오랫동안 그렇게 껴안고 계셨습니다. 한손으로는 잘 돌아왔노라고 어깨를 토닥입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이제 다시는 너를 놓치지 않겠노라고 꽉 움켜쥐십니다.


 

그야말로 대역죄인인 둘째 아들에게 단 한마지 잔소리나 추궁을 하지 않으시고 극진히 환대하십니다.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 하는 하느님 아버지의 본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 대전에 나아가게 될 때 우리를 맞이해주실 분도 바로 이런 모습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잔뜩 두려워하며 혹은 전전긍긍하며 아버지께로 갈 것이 아니라 ‘완전’ 행복해하며, 설레는 가슴으로 아버지께로 나야가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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