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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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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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6-07-20 ㅣ No.105582

제기동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사제관 앞에 감나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감나무를 보니, 아직 익지 않은 감들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본당 신부님께서는 책을 늘 가까이 하시고,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오신 학자 신부님이셨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여쭤 보았습니다. ‘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감나무에서 익지 않은 감들이 떨어졌습니다.’ 본당 신부님께서는 제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감나무는 스스로 익지 않은 감들을 떨구어 내는 겁니다. 감나무는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서 스스로 조절을 하는 것입니다.’ 신부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감들이 떨어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적성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성당 마당에 대추나무가 있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지도 않았는데 익지 않은 대추들이 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제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왜 익지 않은 대추들이 떨어졌나요?’ 저는 배운 것이 있어서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가을에 더 풍성한 대추가 열리기 위해서 스스로 조절을 하는 거란다.’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 있다면 버려야 할 것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있다면 그것도 버려야 할 것입니다. 헛된 욕망과 욕심이 있다면 역시 버려야 할 것입니다. 시기와 질투로 이웃을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도 버려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비옥하게 만들어야 사랑, 희망, 믿음은 열매를 맺기 마련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부르심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성서에 나오는 여러 직책 중에 예언자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예언자는 점쟁이처럼 우리들의 사주를 알려주고, 앞날의 행, 불행을 점치는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예언자들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전해주는 사명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예언자 중에는 어떤 분들이 있을까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해 주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 예언자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회개를 이야기하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 아모스 예언자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길을 미리 준비하고, 물로 세례를 주었던 세례자 요한도 있습니다. 예언자들에게는 4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예언자들을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랑하는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예언자들의 능력이 뛰어나서 부른 것이 아닙니다. 예언자들이 많은 업적을 보여 준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서 예언자들을 부르셨습니다.

두 번째는 예언자들의 태도입니다. 예언자들은 2가지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순종하는 사람도, 거부하는 사람도 모두 예언자로 부르셨습니다. 요나 같은 경우에는 도망가지만 결국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자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선포입니다. 모든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였습니다. 불의와 갈등과 죄악이 있는 곳에서는 하느님의 심판을 이야기했습니다. 절망과 어둠이 가득한 곳에서는 희망과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였습니다. 비록 죄가 크다 할지라도 뉘우치기만 하면 모든 잘못을 용서하는 분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네 번째는 고난과 시련입니다. 모든 예언자들은 크고 작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거짓과 불의가 가득한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공동체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억울하게 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련과 고난은 거름이 되어 많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예언자들은 어떤 특정한 계층의 사람이 아닙니다. 어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모두가 예언자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모두는 예언자입니다. 우리가 그 부르심에 라고 응답하고,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뜻을 삶을 통해서 증언할 때 비록 고난과 시련이 따를지라도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을 주고, 씨를 부리는 것은 우리들이지만 자라게 하시는 분은,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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