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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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돌려 '사람'을 보자(연중 31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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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11-06 ㅣ No.1695

 

2000, 11, 6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루가 14,12-14  (청해야 할 손님)

 

 

그 때에 예수께서 당신을 초대한 바리사이파의 한 지도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점심이나 저녁을 차려 놓고 사람들을 초대할 때에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잘 사는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마라. 그렇게 하면 너도 그들의 초대를 받아서 네가 베풀어 준 것을 도로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 오히려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을 불러라. 그러면 너는 행복하다. 그들은 갚지 못할 터이지만 의인들이 부활한 때에 하느님께서 대신 갚아 주실 것이다."

 

 

<묵상>

 

지난 113일 퇴출 부실기업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고, 기사회생하려는 기업의 싹을 잘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물음을 던지고 싶습니다. '부실기업 명단을 발표한 정부나 채권단, 여러가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물음 말입니다. 이들은 기업을 봅니다. 기업이 건강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봅니다. 경제를 봅니다. 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하나로 어우러져 톱니바퀴 돌아가듯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경제체제를 봅니다. 물론 이러한 시각이 불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경제를 보기 전에, 아니 경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경제의 주체인 사람을 보아야 합니다. 기업이 건강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지기 전에, 아니 기업의 건강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기업의 주체인 사람을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기업도 있고, 경제도 있는 것인데, 이제 기업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려 합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을 실업의 공포속으로 몰아 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되어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대로 참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사람을 죽이면서 경제를 살린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가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과감한 결단(솔직히 이 결단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찾아가야 할 과제이겠지요)을 내리기 위해서는 눈을 돌려야 합니다. 사람처럼 행사하는 죽은 기업이 아니라 뒷전으로 밀려난 살아있는 사람에게로, 괴물처럼 사람을 집어 삼키는 경제(체제)가 아니라 경제를 다스려야 할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예속된 삶을 강요당하는 사람에게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대량 해고와 실업을 예상하면서도 거대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취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입니다.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올 수 있으니까요. 불안한 경제 상황을 급속히 회복시킬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도인의 방식이 아닙니다.

 

"너는 점심이나 저녁을 차려 놓고 사람들을 초대할 때에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잘 사는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마라. 그렇게 하면 너도 그들의 초대를 받아서 네가 베풀어 준 것을 도로 받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방식은 결코 눈에 보이는 당장의 성과가 없더라도 한 사람의 희생자라도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자리를 잃고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한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명목으로도 힘없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희생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힘없는 노동자들의 편에 함께 한다고 해서 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가진 사람들로부터 협박과 위협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편에 서서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경제 정책'을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사람을 살리는 경제'를 일구기 위한 자그마한 몸짓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 오히려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을 불러라. 그러면 너는 행복하다. 그들은 갚지 못할 터이지만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느님께서 대신 갚아 주실 것이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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