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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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엇을 했길래?(연중 32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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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11-14 ㅣ No.1708

 

2000, 11, 14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루가 17,7-10 (종의 의무)

 

그 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농사나 양 치는 일을 하는 종을 데리고 있다고 하자. 그 종이 들에서 돌아오면 '어서 와서 밥부터 먹어라.' 하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오히려 '내 저녁부터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실 동안 허리를 동이고 시중을 들고 나서 음식을 먹어라.' 하지 않겠느냐? 그 종이 명령대로 했다 해서 주인이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너희도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 하고 나서는 '저희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묵상>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꼭 지녀야 할 태도나 자세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 중에 한가지를 새삼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바로 "칭찬을 하는 것은 후하게, 그러나 칭찬받는 것에는 인색하자!"는 것입니다.

 

그다지 잘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하는 것도 별로 없는데, 사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 많은 칭찬을 받습니다. 사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경우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예의 상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못해 하는 인사치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 제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면 이것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제 잘난 맛에 우쭐거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전념하기 보다는 그 다음에 올 무엇인가를 은근히 기대하게 되고, 그것이 없으면 섭섭해 하고 푸념을 늘어놓게 됩니다.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꼴이 되고 맙니다.

 

칭찬받을 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기분이 참 좋은 것은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솔직히 기왕이면 칭찬도 많이 받고, 고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사제로서 저의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낮은 자가 되시었기에 높이 들어높여지셨던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굳이 애를 쓰면서 높은 곳에 오르려고 하다가 땅바닥에 내쳐지는 잘난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를 흉내낸다면 그것이 어찌 그리스도의 사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너희도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 하고 나서는 '저희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때때로 인간적인 생각 때문에 선뜻 고백하기 어려운 말씀이지만, 사제로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으로서 저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제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그리고 삶을 통해서 드러내야 할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한번 '칭찬하는 데는 후하고, 칭찬받는 데는 인색한 사제'를 꿈꾸어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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