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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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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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3-06 ㅣ No.170366

[사순 제3주간 수요일] 마태 5,17-19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들을 보면서 그분이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러 오셨다고, 근본주의와 형식주의라는 덫에 빠져 본연의 기능과 목적을 잃고 사람들을 괴롭게만 만들 뿐인 그것들을 갈아엎고 새로운 법과 원칙을 세우실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안식일에도 아랑곳 않고 병자들을 고쳐주셨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생긴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선포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정함에 물든 죄인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그들과 식사까지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으십니다. 당신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율법과 예언서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담긴 근본정신과 의미를 되새기는 것임을, 문자와 형식에만 얽매이는 사이 부족해진 사랑을 채워 완전하게 만드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신 겁니다.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낮추시는 겸손과 순명의 사랑으로,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시는 희생의 사랑으로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시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덧붙이신 말씀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려면 무엇이 ‘큰 계명’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입니다. 그 사랑을 세분화하여 열 개로 나눈 것이 ‘십계명’이고, 그 십계명에 담긴 사랑을 실생활에 보다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삶의 지침으로 삼게 만든 것이 613개의 율법조항이지요. 그리고 거기에 미처 담기지 못한 부분은 관습법과 전통으로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면 작은 계명 하나도 어기지 말라는 말씀은 그런 시시콜콜한 수백가지의 규정 하나 하나까지 다 지키라는 뜻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 말씀을 그렇게 이해하여 문자주의, 형식주의에 빠진 것이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입니다. 그들은 율법의 작은 규정 하나까지 얼마나 철저하게 지켰는지 모릅니다. 일반인은 신경조차 못쓰는 작은 향신료 하나까지 따져가며 십일조를 바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그들보다 세리 같은 죄인이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하십니다. 그들의 마음이 교만하기 때문입니다. 율법 조항들을 겨우 어기지 않을 뿐인 수동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의로움을 능가하라고 하십니다. 살인은 안했으니 괜찮다고 안주하지 말고 이웃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십니다. 간음을 안했으니 문제없다고 여기지 말고 육적인 욕망을 품고 이성을 바라보지 않도록,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도록 애쓰라고 하십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신경쓰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작은 것’,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여 소홀히 여겼던 ‘마음’에 집중하신 겁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이, 우리가 사랑에서 비롯된 올바르고 거룩한 마음을 지니지 않으면, 잘못 품은 마음이 욕망이 되고 그 욕망이 우리를 유혹하여 죄를 짓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신앙생활하는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표는 마음 속에 참된 사랑을 품는 것입니다. 그 사랑을 통해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계명을 지키는 것은 그저 지켜야 하니까, 어기면 벌을 받으니까 지키는게 아니라, 그 계명을 통해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으니까 지키는 겁니다. 교통 법규 하나를 지킬 때에도 그것이 법이니까, 안지키면 벌금을 내야 하니까 지키는게 아니라, 나와 타인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게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길이니까 기꺼이 지킨다면 사랑으로 계명을 완성하는 거룩한 행동이 되지요. 남은 사순시기 동안 이처럼 사랑으로 계명을 완성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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